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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두식칼럼]미국이 보이지 않는다


발행일 발행일 : 2009.03.11 / 여론/독자 A26 면
 기고자 : 박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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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미국 GAO는 오바마 정부와 의회에 13대 국정 과제를 제출했다. GAO는 우리의 감사원에 해당하는 기관이다. GAO가 꼽은 13대 과제 중 다섯번째가 '해외에서 미국의 이미지 개선'이다. 미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부정적 여론이 미국의 리더십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오바마 정부가 내건 '스마트 파워(Smart Power)'도 똑같은 생각에서 출발한다. 군사력을 주요 수단으로 삼는 하드 파워만으로는 더 이상 세계를 이끌기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이 상대방을 설득하는 소프트 파워 쪽으로 눈을 돌리게 만들었다. 하드 파워와 소프트 파워를 적절히 결합해 미국의 힘을 배가시키겠다는 것이 스마트 파워론의 핵심이다. '힘만 센 제국(帝國)'의 이미지를 벗고 영리하게 힘을 쓸 줄 아는 미국으로 변신하겠다는 구상이다. 이게 성공하려면 미국은 오만한 제국이 아니라 선(善)한 친구로 인식돼야 한다.

오바마의 특사들은 최근 전 세계를 돌며 '달라진 미국'을 역설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지난달 일본 인도네시아 한국 중국으로 이어지는 아시아 4개국 순방에서 가는 곳마다 그 나라 정부와 국민들이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만 골라서 했다. 반응이 뜨거울 수밖에 없다. 미국 언론은 이런 현지 분위기를 전하면서 "아시아는 여전히 미국을 좋아한다"고 했다.

국제사회도 '달라진 미국'을 반기고 있다.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미국·이슬람 세계 포럼'에 참석했던 타임지(誌) 조 클라인은 "과거 이런 회의에선 '아니 미국이 어떻게?'로 시작하는 비난이 압도적이었는데, 올해는 이런 소리가 나오지 않았고 일부 이슬람 지도자들은 우리가 (미국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까지 했다"고 전했다. 이쯤 되면 스마트 파워로의 전환은 절반 가까이 성공한 셈이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미국의 이미지가 좋아진다고 세계가 직면한 각종 현안들이 저절로 해결되지 않는다. 미국이 빠른 시간 내에 '영리한 제국'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좋은 이미지'는 순식간에 '무능(無能)'과 동의어가 될 수밖에 없다. 얼마 전 서울을 다녀간 뉴욕타임스 토머스 프리드먼은 칼럼에서 "미국인들은 다른 어느 때보다 미국이 약해졌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지금만큼 전 세계가 미국을 중요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고 썼다. 실제 미국을 대하는 세계의 태도는 역설적이다. 지금의 경제위기를 가져온 미국을 비난하고 "미국의 시대는 끝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조차 '미국 없는 세계'에 대해선 막막한 느낌을 토로하고 있다. 미국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장면에서 미국 리더십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미국 의회에서 52분간 연설했다. 취임 후 가장 중요한 이 연설에서 그가 국제 안보·경제 문제를 다룬 것은 5분이 안 된다. 한국을 언급한 것은 딱 한 번 "신형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한국산 배터리로 움직인다"는 대목에서다. 오바마는 대선 후보 때도 종종 "일본과 한국은 만들어내는데 왜 미국은 안되느냐"고 했었다. 오바마의 경기부양 법안에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조항이 들어가고, 최근 미국에서 연이어 FTA(자유무역협정)를 공격하는 발언들이 잇따르는 것은 '미국산(産)'에 대한 집착 때문이다. 오바마측은 논란이 벌어질 때마다 "보호주의는 안된다"고 서둘러 수습하지만 오바마측의 시선은 '미국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 이유에서일까. "경제위기 대처에서 1분 1초도 낭비할 수 없다"고 했던 오바마이지만 전 세계로 번진 경제위기를 국제적으로 함께 해결하기 위한 구상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 문제를 외면하거나 보호주의라는 엉뚱한 길로 접어드는 듯한 느낌마저 준다. 미국의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번 경제위기는 미국 내 급한 불을 끈다고 해결되지도 않을뿐더러 미국 울타리만 튼튼히 지키는 방식으론 미국 경제를 되살릴 수도 없다. 오바마는 의회 연설에서 "전 세계의 눈이 우리에게 쏠려 있다"며 "세계가 미국이 리드하길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지에 대해선 기약이 없다. 악(惡)해도 좋으니 일을 제대로 하는 미국이 그립다는 이야기가 곧 나올지 모른다.

 

논설위원

 
기고자 : 박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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