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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은 선생님] [이 주의 책] '그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

마음의 문을 두드린 고양이 목소리
발행일 발행일 : 2017.12.07 / 특집 A30 면 기고자 기고자 : 양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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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인천 영흥도 인근 바다에서 336t급 급유선이 9.77t급 낚싯배를 들이받는 사고가 났어요. 낚싯배에 타고 있던 승무원과 낚시꾼 등 22명 중 15명이 숨졌지요. 급유선 선장은 '낚싯배가 알아서 피해 갈 줄 알았다'고 생각했다고 하네요. 배 크기는 바다 위에서 강자(强者)와 약자(弱者)를 결정해요. 난데없이 봉변을 당한 약자들은 무슨 죄일까요.

장편소설 '그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낮은산)는 아픈 사연을 가진 길고양이들이 역시 상처 입은 사람들을 만나 교감하는 이야기예요. 거대한 세상이라는 강자가 때려눕힌 약자들 이야기죠. '괭이부리말 아이들'로 이름을 알린 김중미(54) 작가가 쓴 책이에요.

책에 처음 등장하는 암고양이 '모리'는 첫사랑을 떠나보내요. 배달 오토바이에 치였어요. 오토바이를 몰던 청년은 "알아서 피해 갈 줄 알았다"고 하지요. 아픔을 견디는 것은 살아남은 자들의 몫. 그러나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죠.

중학생 연우도 큰 상처를 입었어요. 연우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엄마를 잃었어요. 사회복지사였던 엄마는 일하느라 늘 바빴고, 연우와 함께할 시간이 늘 부족했어요. 그러다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요.

연우는 마음을 닫고 스스로를 가뒀어요. 엄마와 함께 갔던 시장도 식당도 멀리해요. 유일한 친구는 집에서 기르던 고양이 또롱이였지만, 또롱이마저도 사고를 당해요.

그런 연우네 집에 사연을 가진 고양이가 하나둘씩 모여들어요. 오토바이 때문에 짝을 잃은 모리, 주인을 지키려다 큰 상처를 입고 연우네로 온 크레마, 주인과 헤어지고 연우네로 입양된 마루….

또롱이의 빈자리를 채워줄 고양이는 늘어났지만 연우는 마음을 열지 않아요. 연우는 생각해요. '엄마가 떠나고 난 뒤 우리는 각자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슬픔을 한 아름씩 끌어안은 채 각자가 견뎠다. 그 시간은 숨이 막히도록 답답했고 무거웠다. 아빠와 외할머니가 그렇게 견디고 있으니 나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고양이와 사람이 번갈아 화자(話者)로 등장해요. 모리의 시선에서, 연우의 시선에서, 크레마의 시선에서 각자 사연을 설명해요. 덕분에 독자는 책을 읽으면서 슬픔과 아픔을 나누는 법을 잊은 이들이 어떻게 엇갈리고 오해하는지 생생하게 느껴요.

변화는 연우와 상처 입은 고양이들이 서로 말이 통한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시작돼요. 고양이와 인간이 대화하는 것은 현실에선 불가능한 일이죠. 상처를 치유하려면 마음을 열고, 서로 소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극적 장치일 거예요. 또 그만큼 상처 입은 존재가 서로 소통하기 어렵다는 뜻이 아닐까요. 그럼에도 치유는 타인의 슬픔과 아픔을 들여다보는 데서 시작한다는 이야기랍니다.

 
기고자 기고자 : 양지호 
본문자수 본문자수 : 1358
표사진유무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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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 20050101, 200501,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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