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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장수가게'를 찾아서] (5) 101년 된 종로양복점

3대째, 한땀 한땀 3만땀 손바느질로 신사를 만들다
발행일 발행일 : 2017.12.07 / 사회 A16 면 기고자 기고자 : 이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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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100년이 넘은 양복점이 있다. 1916년 종로구 보신각 옆에 문을 연 종로양복점이다. 일본인과 중국인이 운영하는 옷가게가 즐비하던 거리에 조선인 이두용(1881~1942)이 보란 듯이 개업했다. 1980년대 대기업이 기성복 사업에 뛰어들면서 종로 일대 맞춤 양복 가게는 서서히 자취를 감췄다. 종로양복점만은 중구 을지로로 옮겨 여전히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옷의 완성은 재단사가 아니라 손님

"아무리 양복을 잘 만들었어도, 손님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하면 잘못 만든 옷이라는 게 저희 집안 양복 철학입니다." 조부 고 이두용씨와 부친인 고 이해주(1914 ~1996)씨에 이어 3대째 양복을 만드는 이경주(72)씨는 대대로 내려온 명확한 철학이 장수의 비결이라고 했다. "손님이 마음에 들어 걸치는 순간, 옷이 완성된다"는 철학은 창업자인 조부 이두용의 신념이었다. 그는 1910년대 초 일본 동경양복상공학교에서 양복 제작 기술을 배웠다. 신사복과 학생 교복을 잘 만들어 이름을 날렸다. 1920년대 서울의 5대 사립중학교로 꼽히던 배재·양정·중앙·보성·휘문중학교 교복을 도맡았다. 1927년 북한 함흥과 개성에 지점도 냈다. 종로양복점이 가장 빛나던 시절이었다.

이씨는 1970년 부친의 권유로 재봉일을 시작했다. 그는 가게에서 옷을 여러 벌 맞춘 단골손님이라고 하더라도 매번 신체 치수를 다시 잰다. 목둘레, 어깨 길이 등 20가지가 넘는다. 이씨는 "한번은 손님이 제가 만든 옷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눈앞에서 갈기갈기 뜯어버린 적이 있다"며 "미세한 느낌까지 만족할 수 있도록 치수를 8분의 1인치(약 0.3㎝) 단위로 세밀하게 측정해 옷을 만든다"고 말했다. 이씨는 "1970년대에는 손님이 몰려 첫째와 셋째 일요일만 쉬었다"며 "재단은 오롯이 저의 일이라서 하나뿐인 여동생의 결혼식에도 못 가고 양복점을 지켰다"고 말했다.

◇양복장수가 아니라 양복장이

이씨가 만들어 파는 양복은 대부분 100만원이 넘는다. 110수 원단은 120만원, 150수 원단은 150만원, 170수 원단은 250만원이다. 이씨는 "우리 집은 손바느질의 비율이 80%가량으로 다른 가게에 비해 월등히 높다"며 "공장에서 재봉질로 양복을 만들어 파는 양복장수가 아니라 손으로 한 땀 한 땀 3만땀을 완성하는 양복장이라는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다.

이씨가 양복 한 벌을 만드는 데에는 3주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가게를 찾은 손님이 원단을 고르면 치수를 재서 재단지(裁斷紙)에 옷본을 그린다. 옷본을 갖고 손님이 고른 원단에 재단한 뒤 임시로 대강 바느질을 하는 가봉을 거친다. 4~5일 뒤 가게를 다시 찾은 손님이 가봉된 옷을 입어보고 치수와 스타일을 결정하면 바느질 작업이 시작된다.

종로양복점은 한때 직원 200명이 일할 정도로 일감이 밀려들었다. 지금은 재단을 맡는 이씨와 종로5가에 있는 공장에서 일하는 가봉사, 재봉사 등 5명이 가게를 지킨다.

역사와 명성을 믿고 종로양복점을 찾는 손님은 꾸준하다. 지난 10월 21일 오후 일본 오사카에 산다는 나카무라(62)씨가 가게를 찾아왔다. 그는 "집안이 대대로 양복만 만들어왔다면 그 실력은 안 봐도 충분하다"며 "믿을 수 있는 곳에서 옷을 맞출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했다. 이씨는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쌓은 역사를 보고 가게를 찾는 손님이 많다"며 "매일 아침 가게에 걸린 두 분의 사진을 보며 부끄럽지 않은 양복장이가 되겠다고 다짐한다"고 말했다.

[그래픽] 종로양복점 위치도

 
기고자 기고자 : 이해인 
본문자수 본문자수 : 1772
표사진유무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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