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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명 출연하는 '평창 드라마' 지휘… 아직도 꿈꾸는 것 같아"

동계올림픽 개막식 연출 양정웅, 한국인의 '빨리빨리' 정신… 예술로 풀어내는 축제 만들 것
발행일 발행일 : 2017.12.07 / 문화 A23 면 기고자 기고자 : 최보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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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거 무조건 해야 해. 정말 하고 싶어.'

1992년 알베르빌 동계올림픽 개막식. 스물 넷의 청년 양정웅은 TV화면을 보면서 수없이 외쳤다. "그렇게 환상적인 예술작품을 이전에 본 적이 없었어요. 무용, 서커스, 음악, 조명 모두가 환상적이었죠. 정말 미친 사람처럼 완전히 푹 빠져 누구 작품인지, 그가 무얼 했는지 뒤져봤죠. 막 서른이 넘은 필립 드쿠플레라는 프랑스의 젊은 안무가더라고요. 언젠가는 그 못지않은 작품을 꼭 내놓고 싶었어요."

서울 광희동에 있는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막식 연출가 사무실에서 만난 양정웅(49)은 긴장과 설렘이 반반 섞인 표정이었다. 지난해 12월 개막식 연출가로 선정돼 뒤늦게 '평창호(號)'에 탑승한 그는 "예전 올림픽 개막식이 자국의 유산(遺産)을 예술적으로 풀어내는 장이었다면 21세기 올림픽 개막식은 '메시지'의 시대"라며 "'환경'을 내세운 리우올림픽에 이어 '평화'라는 메시지를 확실히 각인시키겠다"고 말했다.

"역으로 평화가 가장 필요한 곳이 우리나라이기도 하잖아요. 평창은 비무장지대(DMZ)에서도 멀지 않고요. 분단뿐만 아니라 테러, 전쟁, 난민 같은 아픔을 어루만지고 싶어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정치와 종교를 초월하라고 권고하는데 가장 고민스러운 부분은 이런 어둠을 말하지 않고 어떻게 빛을 말할 수 있느냐는 점입니다. 혹시 아나요? 노벨평화상 후보에 평창올림픽이 오를지."

그를 두고 송승환 평창올림픽 개·폐회식 예술감독은 "글로벌한 감각으로 지금의 올림픽 감독단이 요구하는 정신과도 잘 맞는다"고 평가했다. 전통적인 이야기보다는 '지금 우리의 모습'을 이야기할 평창과 양정웅식 모던과 전통의 융합, 재해석이 제대로 부합한다는 것이다. 소설가 양문길, 극작가 김청조 사이에서 태어난 양정웅은 20대 때부터 해외를 다니며 다양한 문화를 흡수했다. 1994년 스페인의 다국적 극단 라센칸에서 배우로도 활동했다. 스페인, 일본, 인도 등지를 다니며 언어가 통하지 않는 이들과 소통하는 법을 익혔다.

'집시' 같은 기질을 담아 1997년 극단 '여행자'를 창단해 동서양을 융합한 작품으로 호평받았다. 셰익스피어 원작의 '한여름 밤의 꿈' '로미오와 줄리엣' '햄릿' 등을 한국적 방식으로 풀어내 해외 무대도 여러 번 밟았다. 특히 '한여름 밤의 꿈'으로 2006년과 2012년 한국 연극 최초로 영국 런던 바비컨 센터와 글로브 극장으로부터 초청받기도 했다. 시각적, 청각적 요소를 강조한 독일 연출가 막스 라인하르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종합 총체극이라고 하잖아요. 상상력이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계속 꿈꾸게 됐어요. 요즘엔 마치 카라얀 같은 지휘자가 된 듯한 기분이에요. 300여 명이 출연하는 오페라도 연출해봤는데 이번엔 스태프까지 합하면 3000여 명이니까, 꿈이 제대로 이뤄진 걸까요?(웃음)"

그는 이번 올림픽 개막식의 중요한 요소로 '속도'를 꼽았다. 공연도, 선수 입장도 짧고 촘촘히 하겠다는 뜻이었지만, 비약적인 한국의 발전 속도를 내보이겠다는 의미도 담았다. "한국인의 '빨리빨리' 정신이 있잖아요. 그걸 가장 예술적으로 풀어내는 한바탕 축제가 될 겁니다."



 
기고자 기고자 : 최보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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