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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남의 시로 가꾸는 정원] (7) 풀따기

발행일 발행일 : 2018.04.16 / 여론/독자 A30 면 기고자 기고자 : 장석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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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따기

우리 집 뒷산(山)에는 풀이 푸르고
숲 사이의 시냇물, 모래 바닥은
파아란 풀 그림자, 떠서 흘러요.

그리운 우리 님은 어디 계신고
날마다 피어나는 우리 님 생각
날마다 뒷산에 홀로 앉아서
날마다 풀을 따서 물에 던져요.

흘러가는 시내의 물에 흘러서
내어던진 풀잎은 옅게 떠갈 제
물살이 헤적헤적 품을 헤쳐요.

그리운 우리 님은 어디 계신고
가여운 이내 속을 둘 곳 없어서
날마다 풀을 따서 물에 던지고
흘러가는 잎이나 맘해 보아요.

―김소월(1902~1934)

이 소년은 다 어디 갔을까! 내 안의 이 소년은, 우리 공동체의 마음 정원에 살던 이 소년은 다 어디로 숨고 말았을까?

봄 어느 하루는 소월(素月)을 펼쳐야 하지요. 빛 바랜 책장을 조심히 넘기니 예의 그 소년 여전히 투명하게, 여전히 새롭게 봄 물가에 앉아 있습니다. '뒷산'의 풀과 함께 솟아나온 듯 냇가로 한 발짝 나앉아 풀을 땁니다. 햇빛에도 수줍습니다. 봄과 함께 사랑도 싹터서 마음 허기집니다. 투명 냇물에 투명 푸름의 투명 풀잎을 어른어른 보내는 곳, 아릿한 마음의 허기 속입니다.

이 즈음의 '스마트폰'의 그 무량한 기능이 저 그리움을 향한 타전(打電)을 당할 수 있을까요? 아직 이 세상이 젊고 순정하고 아리던 시절의 이야기지요. 악취 나는 낯 뜨거운 날들도 저 소년의 봄 나라로 일신(日新)할 수는 없을까요? 서로가 서로에게 아직은 수줍은 저 소년의 나라로!

장석남 시인·한양여대 교수

 
기고자 기고자 : 장석남 
본문자수 본문자수 : 842
표사진유무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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