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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事一言] 20년 만에 실현된 꿈

발행일 발행일 : 2018.04.16 / 문화 A21 면 기고자 기고자 : 이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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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마에스트로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은 빈 공대 출신이어서인지 최신 기술에 관심이 많은 이른바 얼리어답터였다. 그의 기질이 강렬한 화학 작용을 일으킨 것은 바로 음반이다. SP, LP, CD, LD 등 소개된 모든 미디어를 아우르며 900여 장의 방대한 디스코그래피를 이룩했다.

나치당 입당 이력으로 연주 활동이 제한되자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준 것도 음반이었다. EMI의 프로듀서 윌터 레그와 기획한 음반들이 히트하며 다시 복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후 베를린 필하모닉 종신 지휘자 타이틀을 거머쥐고 세계 최초의 스테레오 녹음, 세계 최초의 디지털 녹음이라는 타이틀도 차지했다. 소니가 CD를 발표하자 수록 용량을 74분으로 하고 자신이 주관하는 1982년 잘츠부르크 부활절 축제를 통해 공개하도록 결정한 것도 그였다.

그의 욕망은 음반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레이저디스크가 등장하자 영상 제작사를 설립해 자신의 음악을 빠짐없이 영상으로 기록했다. 만년에는 'LD로 내 모든 레퍼토리를 다시 녹음할 수만 있다면 내 몸을 냉동해도 좋겠다'고 말할 만큼 영상에 애착을 보였다. 그가 이렇게 음반과 영상에 집중했던 것은 클래식이 새로운 미디어를 통해 많은 사람에게 전파되길 바랐기 때문이다.

카라얀의 꿈은 그가 세상을 떠난 지 20년이 돼서야 실현됐다. 사이먼 래틀이 완성한 베를린 필의 '디지털 콘서트홀'이 그것이다. 이를 통해 베를린 필의 압도적인 연주를 PC와 태블릿, 스마트폰으로 전 세계 어디서든 실시간으로 감상할 수 있게 됐다. 이전의 공연들도 모두 수록해놓아 언제든 감상할 수 있다. 이 모든 영상물을 무제한 즐길 수 있는 가격은 월 1만9000원. 공연 티켓이 10만원을 넘는 것을 생각하면 파격적인 금액이다.

현재 베를린 필 디지털 콘서트홀의 전 세계 사용자 수는 74만명으로, 상업적으로도 성공한 서비스가 되었다. 카라얀은 산업의 미래를 정확히 예견했다. 이번에도 자신이 옳았다며 미소지을 카라얀의 모습이 떠오른다.

이현준 오디오 칼럼니스트

 
기고자 기고자 : 이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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