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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은 선생님] [이명옥의 명작 따라잡기] 벨기에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


발행일 발행일 : 2018.08.10 / 특집 A29 면
 기고자 : 이명옥·사비나미술관장 기획·구성=유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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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낮, 땅은 밤… 평범하지만 낯선 그림이 신비감 줘요

벨기에는 유럽의 작은 나라 중 하나이지만 세계 미술사를 빛낸 화가들이 태어난 문화예술 강국입니다. 피터르 브뤼헐, 페테르 파울 루벤스, 안토니 반다이크, 제임스 엔소르, 르네 마그리트 같은 거장이 벨기에 출신이지요. 이 중 벨기에 국민이 특히 좋아하는 화가는 르네 마그리트예요.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 있는 왕립미술관과 마그리트 미술관은 세계적인 관광 명소로 꼽혀요.

벨기에 왕립미술관 소장품인 〈작품1〉은 관람객들에게 인기가 높아요. 이 작품 속에는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평범한 주택이 등장해요. 집 주변 나무들, 어둠을 밝히는 가로등, 호수 표면에 비친 나무와 가로등 그림자에서도 특별한 점은 발견할 수 없어요. 전혀 눈길을 끌 만한 풍경이 아닌데도 신기하게도 보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아요.

왜 이런 느낌을 받게 되는 걸까요? 그림 속 하늘을 잘 보세요. 땅은 어두운 밤인데 하늘은 환한 대낮이에요. 하루에 낮과 밤이 동시에 나타나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보여주고 있어요. 마그리트는 왜 밤이면서 낮인 풍경화를 그렸을까요? 관람객의 흥미를 자극해 색다른 즐거움을 안겨주려는 겁니다. 한편으로 그림에 집중시켜 작품의 메시지를 전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어요.

마그리트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거꾸로 생각하는 역발상의 기술을 그림에 선보인 대가로 유명해요. 또 역발상의 효과를 더욱 높이기 위해 '데페이즈망' 기법을 즐겨 사용했어요. 데페이즈망은 일상에서 흔히 보았던 익숙한 사물들을 엉뚱한 상황에 배치하고 낯설게 만들어 신비감을 불러일으키는 기법을 가리켜요. 〈작품2〉를 감상하면 데페이즈망의 효과를 실감할 수 있답니다. 그림에 겨울 코트를 입고 모자를 쓴 남자가 등장했어요. 이 남자가 누구이고, 어떻게 생겼고, 나이가 몇 살인지도 알 수 없어요. 초록색 사과가 남자의 얼굴을 가렸거든요.

남자의 얼굴과 사과는 공통점이 없는데도 엉뚱하게 연결 지어 호기심을 불러일으켰어요. 익숙한 대상을 낯설게 만들어 재탄생시키면 재밌고 색다르게 보이게 하는 효과를 낼 수 있어요.

친숙한 놀라움을 선사하는 마그리트 그림은 철학자들의 관심을 끌었어요. 다른 사람의 생각을 그대로 따르지 않고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고 해답을 찾는 힘을 길러주기 때문이지요. 〈작품3〉은 철학자들이 왜 마그리트 그림을 좋아하는지 알려줍니다.

그림 속에는 담배를 피울 때 사용하는 평범한 파이프가 등장했어요. 파이프 아래 프랑스어로 쓰인 글자 뜻을 알고 그림을 다시 보면 호기심이 생겨납니다. 'Ceci n'est pas une pipe(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고 적혀 있어요. 이 파이프는 비록 실물과 똑같이 사실적으로 그려졌다고 하더라도 엄연히 그림일 뿐 실제 파이프는 아니라는 의미예요. 수수께끼 같은 이 그림은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실제가 아닌데도 실제로 착각하는 사람들에게 깨달음을 줍니다.

전통적으로 미술은 눈에 보이는 대상을 사진처럼 그대로 화폭에 옮겨 감성을 풍부하게 하거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역할을 했어요. 그러나 마그리트는 그림이 생각의 도구로 활용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어요. 틀에 박힌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게 '대체 이게 무슨 의미지?'라는 질문을 던지고 깊게 생각하는 기회를 주었어요. 그래서 '그림으로 보는 철학'이라고도 합니다.

마그리트는 평생 남과 다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았고, 미술의 관습과 질서를 무조건 따르기보다 그에 도전했어요. 마그리트만의 독창성과 특유의 유머 감각, 신비한 분위기는 머리에 모자를 거꾸로 세워놓은 화가의 초상 사진 〈사진1〉에서도 나타납니다. 마그리트 작품은 창의성과 상상력이 중요해진 21세기에 더욱 많은 사랑을 받고 있죠.

현대 미술뿐만 아니라 디자인, 광고, 영화 등 다른 예술 분야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애니메이션의 거장 일본의 미야자키 하야오, 영화 '매트릭스'의 형제 감독 앤디와 래리 워쇼스키를 꼽을 수 있어요. 마그리트 그림에 영감을 받아 명작을 남겼거든요. 언젠가 브뤼셀에 가면 마그리트 생가를 방문해보세요. 집 안 곳곳에서 마그리트 작품에 등장하는 사물들을 발견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거예요.



 
기고자 : 이명옥·사비나미술관장 기획·구성=유소연 기자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2083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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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 20050101, 200501,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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