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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최저임금 덫에 빠져 임기 내내 허우적댈 건가?


발행일 발행일 : 2018.08.10 / 여론/독자 A35 면
 기고자 : 호경업 산업2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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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혁명 정부에는 "서민 물가 좀 잡아달라"는 지지자들의 요구가 들끓었다. 혁명 정부는 1793년 각종 농산물·공산품에 대해 '최고 가격제'를 도입했다. 밀가루·버터·베이컨·우유·신발·비누 등 생활필수품이 대상이었다. 상인들은 가게마다 눈에 잘 띄도록 정부에서 정해준 가격을 게시하고 이를 어기면 엄벌을 받았다.

결과는 대재앙이었다. 우유·버터 같은 생필품이 시중에서 사라졌다. 최고가격제 도입 전보다 서민들은 생필품을 더 구하기 어렵게 됐다. 우유를 생산하는 축산 농가들은 젖소 사육을 포기했다. 팔아봤자 적자였기 때문이다. 파리 주변 곳곳에는 정부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생필품을 사고파는 암시장이 생겼다. 정부에선 지방으로 군대를 보내 생필품을 빼돌려 창고에 쌓아둔 유통업자, 생산자를 적발해 단두대로 보냈다.

혁명 정부는 축산농가에서 "사료값이 비싸 도저히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하자 사료 가격을 묶어버렸다. 그러자 이번엔 사료업자들이 "밑지고 팔순 없다"며 사료 공급을 포기했다. 마찬가지로 사료업자들의 사정을 들어주려면 사료 생산과 관련된 무엇인가의 가격을 묶어야 했다. 경제학자 루트비히 폰 미제스는 이를 두고 "정부가 한번 물건이나 임금을 통제하게 되면 이를 유지하기 위해 거대한 규제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가 얼마 전 고시한 내년도 최저임금도 비슷한 길을 가고 있는 모양새이다. 2년 만에 29% 오른 최저임금은 "근로자가 최소한 이 정도는 받아야 한다"는 선(善)한 취지에서 나왔다. 하지만 소득 증가로 소비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와는 반대로 상황이 돌아가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많이 받는 도소매·숙박음식업점 일자리는 7개월 연속 줄었다. 올 상반기 식당과 술집 매출액은 6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영세자영업자, 중소제조업자들이 최저임금에 대처하는 방법은 직원·아르바이트를 줄이거나 무인자동화를 하거나 해외 이전이다. 이도 저도 아니면 폐업이다. 제품 가격 인상과 이로 인한 물가 상승도 생길 수 있다. 모든 경우의 수가 서민들의 일자리를 줄이고 삶을 고달프게 한다.

현재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많은 정부 부처가 최저임금 후유증을 덮으려는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정부는 이달 중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 중엔 수조(兆)원의 세금을 들여 최저임금이 늘어난 만큼, 영세 기업 직원 임금을 보조하겠다는 내용이 들어 있을 것이라고 한다. 카드 수수료 추가 인하 얘기도 나온다. 졸지에 최저임금 역풍을 맞은 카드사들은 "카드사도 사정이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임대차보호법개정안은 국회에서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의 공영홈쇼핑은 최근 해외로의 공장 이전을 막기 위해 100% 국내 생산 제품만 취급하겠다고 선언했다. 삼성이 밝힌 3년간 180조원 투자 발표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협력사 인건비 상승분 6000억원을 납품 단가에 반영한다는 계획이 들어갔다. 이달 2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전국 소상공인 총궐기 결의대회'가 성공을 거두면 정부는 추가 대책안을 내놓을지 모른다.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혁신성장을 위해 모든 부처와 민간기업이 뛰어도 시원찮은 판에 온 나라가 최저임금이란 덫에 걸려 허우적거리고 있다. 최저임금이 정부 개입에 또 다른 개입을 불러오고 있다. 이런 악순환을 끊기 위해 국회에서 먼저 지역별·업종별 차등 적용 같은 해결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최저임금 후유증을 처리하느라 현 정권의 남은 임기를 다 허송할 수 있다.



 
기고자 : 호경업 산업2부 차장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1780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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