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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해원의 말글 탐험] (74) 化 때문에 화날 때


발행일 발행일 : 2018.09.14 / 여론/독자 A38 면
 기고자 : 양해원 글지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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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벌레 소리가 제법 또랑또랑하다. 수선스레 짝 찾던 매미들이 어느 결에 쏙 들어갔으니. 소리는 사그라졌어도 자취마저 없을쏘냐. 놈들의 마지막 허물이 이 나무 저 나무 달라붙어 있다. 한살이의 꼭대기, 보름이라도 누리려는 몸부림일까. 그 껍질 벗어버리는 일을 탈바꿈, 허물벗기, 탈피(脫皮), 변태(變態)라고들 하는데…. 여럿 가운데 말맛은 '우화(羽化·날개돋이)'가 으뜸 아닐까. 이렇게 '될 화(化)' 들어간 표현, 많은 만큼 생각할 거리도 적잖다.

'비대위원 모집은 경제, 외교·안보, 노동, 여성 등 아홉 분야로 세분화했다.' '-화'는 '어떤 상태로 만듦, 또는 그렇게 됨'을 뜻하는 접미사. 한데 말뜻이 그렇듯 '세분(細分)'에서 이미 여러 갈래로 만들지 않았는가. 그러니 '화'는 거추장스럽다. 뜻이 다를 수 없는 '세분화'가 왜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랐는지 모를 일이다.

'가속화(加速化)'도 마찬가지. '이 문건 때문에 영국 보수당의 내분이 가속화되고 있다.' '가속'은 속도를 높인다는 뜻. 문맥상 '내분이 빨라지고(가속) 있다' 하면 될 걸 '빨라지게 되고(가속화) 있다' 한 꼴인데, 대체 어떤 상태를 말함인가. 역시 사전 올림말이라니 화가 날 지경이다. 애초에 내분을 속도로 표현한 것도 어색하므로, '거세지다/심해지다'를 쓰면 자연스럽겠다.

접미사 '화'가 붙은 말은 '가속화'에서 보았듯 '~지다'로 쓰면 대개 미끈하다. '재정이 악화돼'(→나빠져) '저출산 문제를 악화시키는'(→어렵게 하는, 부추기는) '야생 특성이 약화되기도'(→약해지기도) '더위가 장기화하면서'(→길어지면서, 오래가면서) '인구 집중이 심화돼'(→심해져) '의회는 무력화되고'(→힘이 빠지고, 무력해지고)….

매미가 떠나간 작은 뜰, 연보랏빛 '여뀌'가 새뜻하다. 여러 해 전 그 풀 이름을 '엽기'로 알아들었다. '이 엽기적인 무식쟁이야. 우리가 왜 땅속에서 그리 오래 사는지, 왜 변태인지 알기나 해?' …. 흉잡혀 싸다.

 
기고자 : 양해원 글지기 대표
장르 : 연재
본문자수 : 995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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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 20050101, 200501,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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