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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에 해학을 새기다


발행일 발행일 : 2018.09.14 / 사회 A17 면
 기고자 : 안동=권광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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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서 하회탈 판화전 내달 28일까지 열려

지난 7월 정식 부임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는 취미로 세계의 민속탈을 모은다. 특히 경북 안동의 하회탈에 조예가 깊다. 한번은 하회탈 선물을 받고 "어? 노장탈(늙은 승려 탈)이네"라며 종류까지 알아맞혔다고 한다.

4성(星) 장군 출신인 미(美) 대사를 사로잡은 하회탈(국보 제121호)에는 의성 김씨 처녀의 애틋한 사랑이 서려있다. 800년 전 고려 중기 안동 하회마을에 살던 허 도령이 꿈에 산신령을 만났다. 산신령은 마을에 닥친 재앙을 막으려면 탈 14개를 만들고 춤을 춰야 한다고 알렸다. 단, 탈을 완성할 때까지 아무도 보면 안 된다고 했다. 그날부터 허 도령은 문 앞에 금줄을 치고 두문불출 탈을 깎기 시작했다. 허 도령을 애모하던 이웃집 김씨 처녀는 속절없는 그리움에 애가 탔다. 허 도령이 마지막 탈을 만질 무렵, 참다 못한 김씨가 문 구멍을 뚫어 허 도령을 훔쳐봤다. 순간, 허 도령은 피를 토하고 절명(絶命)했다. 김씨 처녀는 가슴을 치며 허 도령을 묻어주고 14개 탈을 모아 하회별신굿을 완성했다. 그러고는 허 도령을 따라 절벽 아래 강물로 몸을 던졌다. 이후 하회마을 사람들은 성황신으로 의성 김씨 처녀를 모신다.

하회탈의 고장 하회마을은 1999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다녀가면서 세계적으로 알려졌다. 마을에는 충효당과 양진당, 북촌댁 등 크고 작은 사대부 기와집과 초가 460동이 모여 있다. 126가구 240명이 고가옥에서 뼈대를 지키며 살고 있다. 지난 2010년에는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이후 8년간 870만명이 다녀갔다.

하회마을 입구엔 전국 유일의 탈 전문 박물관인 '하회세계탈박물관'이 있다. 1995년 8월 개관한 이곳엔 봉산탈, 강령탈, 산대놀이탈 등 국내 탈 22종 300여 점과 중국, 인도네시아, 프랑스, 아프리카 등 50개국 탈 2500여 점이 전시돼 있다.

이곳에서 다음 달 28일까지 특별한 전시회가 열린다. 하회탈의 해학과 익살, 낭만과 풍자를 판화에 담은 '하회탈 판화전'이다. 강행복·김상구·김소희·김희진·박재갑·이언정·정승원·홍승혜씨 등 작가 8명이 참여해 36점을 선보인다. 작가들은 이번 전시를 위해 하회마을을 4~5차례 찾았다. 강행복(67·홍익대 응용미술과) 작가가 수성잉크로 한지에 찍어낸 작품 '하회탈 양반, 하회탈 부네'에서는 하하 호호 웃음이 넘치는 탈의 기운이 퍼져나간다. 정승원(35·독일 브레멘국립예술대 통합디자인과) 작가의 작품 '하회마을'은 수백 년 시간을 뛰어넘은 생동감이 전해진다.

이번 판화전에는 의외의 작가가 있다. 국립암센터장을 지낸 박재갑(70) 서울대 명예교수다. 박 교수는 지난 2011년 환갑을 훨씬 넘긴 나이에 홍익대 평생교육원에 진학해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다. 서양화부터 배우다 세밀한 펜화에 매료됐다. 수술칼 대신 조각칼을 잡은 박 교수는 "외과 수술을 8000번 이상 집도하다 저절로 밴 집중력과 섬세한 감각이 판화를 배우며 되살아났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하회탈 중 양반탈을 소재로 삼아 '안동양반'과 '자화상' 두 작품을 선보인다.

양반탈은 정면에서 보면 웃는 듯하다. 그러나 살짝 고개를 숙여 올려다보면 쏘아보는 듯한 눈매와 마주친다. 전문가들은 가면을 바꿔 표정에 변화를 주는 중국 경극과 달리, 하회탈은 각도에 따라 표정이 달라지는 과학적인 탈이라고 분석한다.

하회탈 판화전은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2018'과 함께 열린다. 탈춤페스티벌은 오는 28일부터 10월 7일까지 하회마을과 낙동강변에서 열린다. 이스라엘, 라트비아, 말레이시아 등 13개 국가 14개 팀과 우리나라 12개 전통 탈춤팀이 공연을 펼친다. 김동표 하회세계탈박물관장은 "하회탈은 인간의 희로애락을 완벽하게 표현하는 세계 유일의 유산"이라며 "하회탈 판화전은 한국 문화의 높은 수준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www.mask.kr, (054)853-2288

[그래픽] 하회세계탈박물관 / 안동하회마을

 
기고자 : 안동=권광순 기자
본문자수 : 2008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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