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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균 칼럼] 김정은의 '이미지 메이커'


발행일 발행일 : 2018.10.11 / 여론/독자 A38 면
 기고자 : 김창균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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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18일 바티칸에서 교황을 만났을 때 '평양을 방문해 달라'는 김정은 위원장의 뜻을 전달한다고 한다. 9월 평양 정상회담 때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반도 평화에 관심이 많으니 한번 만나 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했다는데 그런 권유를 한 이유가 궁금하다. 교황이 김정은에게 핵을 버리라고 하면 비핵화 속도 내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을까. 아니면 교황 방문이 북한의 종교 자유를 촉진하는 계기가 된다고 기대했을까. 이도 저도 아닐 것이다. 문 대통령이 그런 순진한 생각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김정은은 "교황이 평양에 오시면 열렬히 환영할 것"이라고 했다. 수십만 인파가 거리로 나와 발을 동동 구르며 눈물 흘리는 것을 또 한 번 보게 될 것이다. 평양에 있다는 장충성당 신자 중 하나가 CNN방송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신앙 체험을 소개하는 장면도 예상된다. 그래서 '공화국에서는 아무 제약 없이 천주교를 믿을 수 있다'는 메시지가 전달된다. 이런 모습을 12억명에 이르는 전 세계 천주교 신자들이 목격하게 된다. 교황의 당일치기 방문으로 북한이 정상 국가가 될 리는 없다. 그러나 북한이 정상 국가인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효과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거듭된 핵과 미사일 도발 때문에 부정적 이미지가 많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그래서 정상회담을 할 때마다 김정은 위원장의 대화하는 모습을 TV 생중계를 통해서 전 세계 사람들이 직접 볼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였다"고 했다. 지난 4월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시선을 사로잡은 장면은 단연 도보 다리 대화였다. 두 사람이 산책을 마치고 다리 끝자락에 마련된 좌석에 앉았을 때 문 대통령 뒷모습 너머로 김정은 얼굴이 정면에서 포착되는 구도였다. 김정은은 문 대통령의 말을 경청하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가끔은 진지하게 되물었다. 어른과 예의를 갖춰 대화하는 '바른 생활' 젊은이 모습 그대로였다. 김정은의 긍정적 이미지 만들기에 안성맞춤이었는데 실제 그런 의도가 있었다고 문 대통령이 고백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이 "젊지만 아주 솔직 담백하며 핵을 버리고 경제 발전을 통해서 주민들을 더 잘살게 하겠다는 전략적 마인드를 가졌다"고 했다. 세 차례 공식 행사에서 시간을 함께 보냈다고 상대의 사람됨과 속내를 읽어낼 수 있을까. 문 대통령의 인물평은 세계인의 눈에 김정은이 그렇게 비쳤으면 하는 희망 사항일 것이다.

문 대통령은 8일 국무회의에서 "2차 미·북 정상회담과 별도로 김정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과 시진핑 주석의 북한 방문이 이뤄지고 일·북 정상회담 가능성도 열려 있다"면서 "동북아에서 새로운 질서가 열리는 것은 한반도의 비핵화에 필요하며 도움이 되는 과정"이라고 했다. 김정은이 국제사회와 접촉 면을 넓히는 것이 비핵화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다. 정말 그럴까. 세계 주요 국가 정상들이 돌아가면서 핵을 가진 김정은을 만나 주면 그 자체로 북의 핵 보유 지위를 인정하는 모양새가 된다. 만일 핵이 없었으면 북한 지도자가 미국 대통령을 한 해에 두 번씩 만날 수 있었을까. 핵을 버리는 순간 북은 GDP 30조원 수준의 최빈국일 뿐이다. 김정은이 자신의 국제적 위상을 단숨에 상향 조정해준 보물단지를 왜 버리려 하겠는가.

문 대통령은 김정은이 핵을 포기하도록 설득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때로 핵을 가진 김정은을 받아들이도록 국제사회를 유도하는 것처럼 비치기도 한다. 문 대통령은 그런 분위기 조성에 도움이 되도록 김정은의 이미지까지 관리한다. 블룸버그통신은 문 대통령이 "김정은의 대변인"이라고 했는데 단순히 메시지를 대신 전달하는 역할 이상을 맡고 있다.

올 초부터 우리 특사단이 두 번,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네 번 평양을 다녀왔고 남북 정상회담은 세 차례 열렸으며 미·북 정상은 지난 6월에 이어 2차 만남을 준비 중이다. 그 사이에 북이 보유한 핵무기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올 들어 핵무기 5~9기가 더 만들어졌을 것이라고 미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 핵을 손에 쥔 김정은에 대한 경계심이 누그러진 점이다. 김정은 '이미지 메이커'로서 힘을 쏟은 문 대통령의 공로다. 그래서 북핵을 둘러싼 북한과 국제사회의 20년 대립 구도가 이완되면 그것으로 한반도가 평화의 땅으로 바뀌는 것일까. 5100만 국민의 안전을 지켜내야 하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헌법적 의무를 제대로 수행한 것일까.

 
기고자 : 김창균 논설주간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2216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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