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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해원의 말글 탐험] (82) 이렇게 빨리 올지 몰랐다?


발행일 발행일 : 2019.01.11 / 여론/독자 A30 면
 기고자 : 양해원 글지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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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이 잘만 들어갔다. 손님들은 아쉬웠을망정. 평소처럼 발가락 양말 신어도 괜찮을까. 그래도 일반 양말이라야겠지. 행여 조문객을 잘 몰라보면 어쩌나. 누군가를 맞아 울음이 터질지 모른다 싶었는데 입장(入葬) 때에야 북받칠 줄 몰랐다. 그 와중에 '북받칠 줄'을 '북받칠지'로 쓰면 틀린다고 속으로 따져댔으니…. 먹을거리며 양말이며 오만 생각 다 한 마당인데, 내친걸음이다.

"나도 할 수 있다 생각했는데, 그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습니다." 지난해 호주오픈 4강에 오른 정현 선수가 그랬다. 어느 방송 자막은 "빨리 올지 몰랐다"였다. 이 '올지'의 'ㄹ지'는 어떤 일이 긴가민가할 때 쓰는 어미(語尾). '(았/었)는지'도 마찬가지다. 한데 세계 주요 테니스 대회 4강이라는 쾌거는 이미 이룬 일. 따라서 이때는 드러난 사실을 나타내는 '줄'을 써야 옳다.

다른 상황을 그려보자. '눈이 내리는 줄' 모르는 길동. 먼 길 떠날 시름에 밤잠 설쳤다가 늦잠에서 깨어난다. 시각이 시각인데 바깥이 영 고요하다. 퍼뜩 이런 생각이 든다. '눈이 내렸는지 모르겠다.' 문을 열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비로소 '눈이 내린 줄' 알았다. 결국 아느냐 모르느냐가 아니라, 어떤 사실이 알려졌거나 확인됐느냐 안 됐느냐에 따라 '줄'과 '지' 쓰임새가 갈린다.

한 가지 유의할 것은 '얼마' 같은 말이 끼면 쓰임새가 달라진다는 점. '간밤에 눈이 얼마나 왔는지 안다'를 '얼마나 온 줄 안다'로 쓰면 부자연스럽다. 또 하나 '줄'은 의존명사로 띄어 써야 한다. 물론 '지'도 띄어 쓸 때가 있다. 어떤 때부터 흐른 시간을 나타내는 의존명사 '지'가 그렇다.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처럼.

장의차는 시간도 넉넉한데 속력 줄일 줄 몰랐다. 바람처럼 가버린 어머니 마음인가? 어느 결에 새 인연으로 돌아오실지 몰라… 그렇다면 후딱 떠나심이 마냥 서러운 일은 아닐지도 몰라…. 불효자가 자위(自慰)는 잘도 한다.

 
기고자 : 양해원 글지기 대표
장르 : 연재
본문자수 : 982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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