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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社說] 국민 노후자금으로 기업 손본다면서 꼼수까지 쓰나


발행일 발행일 : 2019.02.11 / 여론/독자 A35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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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은 상장기업 주주총회가 열리기 2~3일 전에 정관 변경, 임원 선임·해임 등 주요 안건에 대한 입장을 미리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 주총 안건에 대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향은 주총이 끝난 뒤에야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주총이 열리기 전에 국민연금 입장이 미리 공개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금 120여조원 가운데 절반가량을 위탁받아 굴리는 민간 자산운용사들, 그리고 정부 당국 감독을 받는 사학연금·교직원 공제회 등 다른 연기금들도 국민연금 입장에 동조할 가능성이 높다. 국민연금이 먼저 깃발을 들면 강력한 연합 세력이 형성돼 주총을 뒤흔드는 일이 속출할 수 있다. 50%가 넘는 확고한 지분을 갖고 있지 못한 대주주는 정권에 밉보일 경우 언제 국민연금의 공격을 받을지 모른다.

국민연금의 전문가 자문기구인 수탁자 책임위원회는 지난달 민간 기업에 대한 경영 참여에 대해 반대 의견을 냈다. 국민연금이 지분 10% 이상을 가진 기업에 대해 경영 참여를 할 경우 6개월 내 얻은 단기매매 차익을 해당 기업에 반환토록 돼있는 자본시장법이 중요한 반대 이유였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도 수탁자 책임위원회 의견을 존중한다는 쪽이었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연금에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하라고 사실상 지시하면서 분위기가 다시 강세로 돌변했다.

국민연금이 주총 전 입장 공개라는 새로운 카드를 꺼낸 것은 10% 룰을 피해가기 위한 것이다. 정식으로 경영 개입을 하면 기업들에 매매차익을 돌려줘야 하고 이는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반발을 부를 수 있다. 그래서 주총 이전에 비공식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것으로 같은 효과를 거두겠다는 계산이다. 10% 이상 지분 기업에 대해 국민연금이 함부로 경영 참여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을 둔 취지를 다른 사람도 아닌 정부가 스스로 무력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2000만명이 넘는 가입자들이 국민연금에 돈을 맡기는 것은 노후를 대비하려는 것이지 이 소중한 자금으로 정권이 기업들을 입맛대로 손보라고 한 것이 아니다. 안 그래도 국민연금에 대한 불만과 부정적 시각이 팽배해 있다. 대주주의 일탈 탈법 행위는 법으로 얼마든지 규제할 수 있다. 감옥까지 보낼 수 있다. 지금이라도 국민연금은 수익률 제고 방안부터 제시하기 바란다.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1134
표/그림/사진 유무 :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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