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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만난 창극, 이래도 골동품 같나요?


발행일 발행일 : 2019.02.11 / 문화 A22 면
 기고자 : 양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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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창극 부활시킨 예술감독 김성녀

"그동안 창극은 고이 모셔 놓기만 했던 골동품이었죠. 그 골동품을 누구나 즐겨 쓰는 일상 가구로 한번 만들어보자, 이것이 첫째 목표였어요."

공연 포스터마다 '만원사례(滿員謝禮)'라고 쓰인 노란색 봉투가 빼곡하게 붙은 감독실 벽을 바라보며 김성녀(69)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이 활짝 웃었다. 2012년 취임한 뒤 그가 무대에 올린 작품은 번번이 객석을 가득 채웠고, 그때마다 배우와 스태프들은 창극단으로부터 1000원씩 담긴 봉투를 받았다. 김 감독이 오기 전엔 없었던 일이다. 그는 "후배들이 자부심을 느끼게 하고 싶어 일부러 밖에서도 잘 보이게 붙였다"고 했다. 봉투 한 장 한 장에 눈길을 쏟는 모습이 꼭 잘 자란 자식을 바라보는 엄마 같았다.

김 감독의 지난 7년은 한국 창극사(史)를 새로 쓰는 과정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스 비극, 셰익스피어 고전 등 외국 작품을 창극으로 만들고, 해외 주요 연출가들에게 우리 고전을 맡기는 파격을 감행했다. 연극·오페라 등 다른 장르의 연출가와 협업해 'SF창극' '스릴러 창극' 등 실험적인 작품도 만들어냈다. 작품 대부분이 객석 점유율 80~90%를 웃돌며 인기를 끌었고, 해외 무대에도 활발하게 진출했다.

2014년 '변강쇠전'을 재해석해 만든 '변강쇠 점찍고 옹녀'는 현대 공연 예술의 메카로 불리는 프랑스 테아트르 드 라빌극장 시즌 프로그램으로 선정됐고, 2016년 싱가포르 출신 세계적 연출가인 옹켕센이 만든 '트로이의 여인들'은 지난해 유럽 투어에 나섰다. 다음 달 7일 퇴임식을 끝으로 국립창극단을 떠나는 그는 "박수 칠 때 떠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했다. "때로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관객도 있었고, '이게 무슨 창극이냐'는 비판도 있었지만, 논란이 무관심보단 낫다고 믿었어요. 이제는 새 작품을 올리면 다음날 공연 기자들이 리뷰를 쓰고, 연극·뮤지컬·오페라 관객들이 앞다퉈 보러 오죠. 이 변화를 믿었습니다."

그는 "창극은 판소리와 구분돼야 살 수 있다"고 했다. "창극은 100년 전 판소리가 서양극을 접하며 탄생한 음악극이에요. 판소리를 중심으로 하지만 '소리'에만 치중한다면 판소리랑 다를 게 없죠. 그것은 곧 창극이 죽는 길이기도 하고요." 변화의 핵심은 다양한 연출가 기용이었다. "국가, 장르를 가리지 않되 그 시점에서 가장 '핫'한 연출가를 데려오는 데 집중했어요. 그리고 '가장 잘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해보라'며 맡기니 매번 신선한 작품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때로 평가가 엇갈리는 작품도 있었지만 그는 "아직 창극은 결과보단 과정이 중요한 시기"라며 "자꾸 시도하고 실패하며 외연을 넓혀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극뿐 아니라 마당놀이 부활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다. 극단 미추 시절 김종엽·윤문식과 함께 30년간 배우로서 마당놀이 부흥을 이끌었던 그는 2014년 국립극장 마당놀이 '심청이 온다'부터 연희감독으로 참여했다. 이후 국립극장 마당놀이는 연말연시마다 전석 매진을 기록하는 효자 공연이 됐다. "배우로서 원 없이 했다고 생각했지만, 제작자 입장에서 보니 또 마음이 다르더라고요. '오늘 오신 손님들~' 멘트가 나올 때마다 마음이 뭉클해져요. 제가 떠나도 마당놀이만큼은 꼭 명맥이 이어져서 한국만의 독특한 장르로 남았으면 합니다."

다섯 살 때부터 연극 무대에 올랐던 그는 이제 다시 '배우 김성녀'로 돌아간다. "예술감독을 하면서도 매년 한두 편씩 출연했는데 늘 갈증이 났어요. 무대 위에 있을 때 제일 나답고, 가장 빛나거든요. 대신 감독으로 보낸 시간 덕에 '뒷광대'라 불리는 스태프들과 공연장을 찾아주는 관객의 소중함을 알게 됐죠. 그 고마움을 품고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기고자 : 양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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