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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협상 아닌 입장타진"… 美北, 모든 카드 올려놓고 논의한 듯


발행일 발행일 : 2019.02.11 / 종합 A3 면
 기고자 :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안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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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제재 풀어달라" 美 "추가 비핵화 필요" 줄다리기 계속
다음주 아시아 제3국서 2차 협상… "조만간 韓美정상 통화"

지난 6~8일 평양에서 진행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 간 실무 협상에선 북한의 각종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상응 조치가 모두 테이블 위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양측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주고받을지에 관한 합의나 절충은 거의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건 대표가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있다. 협상이 아니라 입장 타진이었다"고 한 것은 이 같은 상황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美 "추가 비핵화 조치해야 제재완화"

서울의 외교 소식통은 "이번 실무 협상에서 미국은 영변 핵시설과 동창리 미사일 기지의 신고·검증·폐기를 강조했고, 북한은 그에 따른 상응 조치인 종전(終戰)선언과 평화협정 논의, 평양 연락사무소 설치와 함께 제재 완화를 요구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다만 "큰 틀의 의견 교환이 있었지만 구체적 합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양측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반출·폐기 등을 포함한 모든 카드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논의했지만, 과거 입장을 되풀이하는 수준에 그친 것으로 관측된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도 이날 "이번 실무 협상은 무엇을 주고받을 수 있는지 알아보는, 서로 주고받는 협상이라기보다 북·미 간 구체적인 입장과 서로가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빠짐없이 터놓고 이야기하는 유익한 기회였다"고 했다. 미측은 북한이 요구하는 제재 완화에 대해 영변·동창리 시설 폐기와 함께 '전향적인 추가 비핵화 조치'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재차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요미우리신문도 이날 "미국이 북한 비핵화 보상으로 제재 면제·완화가 아닌 종전선언, 평양 연락사무소 설치 등 체제 보장을 제안하는 쪽으로 협상 방침을 바꿨다"고 전했다. 다만 미·북 비핵화 협상이 북핵 폐기 대신 ICBM 등만 없애는 '스몰딜'로 끝날 것이란 우려와 관련, 이날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우리 정부 입장은 스몰딜이 아니다"라고 했다.

◇1주일여 후 다시 실무협상

비건 대표는 이번 방북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은 면담했지만, 김정은 면담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지난 6일 그를 태우고 평양으로 향했던 미 정부 수송기가 7일 밤 평택 오산기지로 돌아온 것과 관련, 외교 소식통은 "미 협상팀 일부가 비건 대표보다 하루 먼저 귀국해 본국에 주요 사항을 보고했다"고 했다. 8일간의 방한·방북 일정을 마친 비건 대표는 10일 귀국길에 올랐다.

미 국무부는 이날 "비건 대표가 김혁철 대표와 2차 정상회담에 앞서 다시 만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도 "이후 (미·북 실무) 협상은 오는 17일 시작되는 주에 아시아의 제3국에서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협상 장소로는 정상회담 개최 도시인 하노이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우리 정부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김의겸 대변인은 "한·미 정상이 조만간 북·미 실무 협상 결과를 공유하기 위한 통화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강경화 외교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조만간 장관급 회담을 가질 예정이며,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존 볼턴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도 긴밀히 정보를 교환할 예정"이라고 했다.

◇트럼프 '경제 로켓론'으로 비핵화 유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김정은의 리더십 아래 북한은 엄청난 경제 강국, 경제 로켓이 될 수 있다"며 비핵화 시 북한의 밝은 미래를 약속했다. 2차 정상회담 개최지가 하노이로 낙점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은 베트남전 이후 미국과 적대 관계로 극심한 경제난에 빠졌다. 하지만 1986년 개혁·개방을 추진하는 '도이머이(쇄신)' 채택과 1995년 대미 수교 이후 경제가 고속 성장하고 있다. '경제 발전'이란 당근으로 북한 비핵화를 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미국은 장소 같은 비본질적인 문제는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북측에 '비핵화 의제 협상에 성의를 보이라'고 촉구한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협상 주도권이 사실상 북으로 넘어간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1차 미·북 정상회담 때처럼 북한이 비핵화 실무협상을 최대한 미뤄 '정상 간 담판'으로 가져가려 할 것"이라고 했다.

 
기고자 :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안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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