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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개혁을 놓고 정부와 노동계, 여와 야는 이것이 과연 청년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불가피한 것이냐 하는 프레임 싸움을 벌이고 있다. 더 좁게는 임금피크제가 청년 고용으로 이어질 것인지를 놓고 서로 상반된 주장을 펴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정규직 노동자가 양보하지 않으면 청년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얻기 어려우며 임금피크제는 그 첫 출발점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노동계와 야당은 청년 일자리는 기업과 오너가 더 많은 이윤을 가져가는 구조를 바꿔야 창출되며, 임금피크제를 실시해도 청년 고용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고 맞서고 있다.

역대 정부에서 노동 개혁 논의가 있어왔지만 지금처럼 장년층 기득권 노조와 청년 취업 희망자의 세대 간 이슈로 첨예하게 대립하진 않았다. 노동 개혁이 노·노(勞勞)와 세대 간 이슈로 비화한 데는 역사적·구조적·제도적 배경이 있다. 외환위기 이후 재벌로 대표되는 한국의 사(使) 측과 양대 노총으로 대변되는 정규직 노(勞) 측은 비용 증가를 대부분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미뤄 기득권을 지켜왔다. 네트워크와 경험이 떨어지는 청년들은 이 피라미드 서열의 바닥으로 밀렸다.

노동 개혁을 세대 간 이슈로 만들어버린 결정적인 계기는 이 정부 들어서 발생했다. 정치권은 2013년 4월 정년연장법을 통과시켰다. 내년부터 정년을 60세로 늘려 기존 정규직 근로자에게 직장생활 2년 연장이라는 생애 보너스를 지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청년을 위해선 어떤 보완책도 마련되지 않았다. 현재 정년 연장이 실질적으로 문제가 되는 곳은 대부분 대기업과 공기업이다. 좋은 일자리, 청년들이 선망하는 직장이다. 정년 연장이 되면 퇴직해야 할 사람이 계속 남아있고, 청년이 신입 사원으로 들어올 수 있는 자리가 그만큼 줄어든다. 이대로 가면 앞으로 3년간 약 30만개의 좋은 일자리가 청년들의 입사 리스트에서 사라질 것으로 추산된다. 좋은 일자리에서 근무하는 청년 숫자는 지난 10년간 7만5000명 줄었고, 10년 전 비정규직으로 출발한 청년 10명 중 3명은 여전히 '미생(未生)'이다. 청년들은 이미 바닥까지 떨어져 있는데 땅을 파서 지하로 끌어내리는 현실이 눈앞에 있는 것이다.

임금피크제 도입은 이 맥락에서 나왔다. 기업들 입장에선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정년이 연장되는 사람의 인건비를 조금이라도 줄여야 신입 사원을 채용할 여력이 생긴다. 물론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더라도 정년 연장 전 임금의 40~70%를 계속 받기 때문에 사 측이 절감되는 인건비의 2~3배를 부담해야 겨우 예전의 신입 사원 채용 숫자를 유지할 수 있다. 임금피크제 도입 이외에 사 측이 추가적인 희생과 노력을 해야 하고, 연공제(年功制) 폐지 등 임금체계 개편 등이 수반돼야 추가적인 청년 고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임금피크제는 청년 고용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그런데 포퓰리즘에 사로잡힌 정치권은 이마저 법안에 명시하지 않았고, 기득권 노조를 대표하는 한국노총은 노사정 협상장을 떠나 돌아오지 않고 있으며, 민주노총은 파업과 집회로 반대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임금피크제는 일자리를 놓고 세대가 화합하는 '장(長)·청(靑) 대타협'에 이르는 장정(長程)의 첫걸음일 뿐이다. 이것조차 하지 않으면서 청년 일자리를 걱정하는 듯 말하는 것은 위선이고 궤변이다. 기고자 : 박종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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