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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2000 (10) 인도 열풍

“인도 한번 안가보고 인생을 논할수 있나”
    정재연

    발행일 : 2000.04.11 / 느낌 / 42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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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휙휙 돌아가는 디지털 세상이다. ‘누가 하루 아침에 얼마 벌었다더라’가 뉴스를 타고, 최대 화제는 ‘벤처’다. 그런데 2000년 서울에서 ‘성자의 나라’ 인도가 더욱 생생히 살아 숨쉰다. 인도풍 카페, 인도풍 장신구와 패션이 서울거리 곳곳에서 눈과 코, 입과 귀를 자극하고, 배낭여행 1순위로 인도가 꼽힌다.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인도는 몇몇 예술가와 문인들 차지였다. 보통 사람들은 홍신자, 강석경, 류시화의 책을 펴들고 ‘오지’ 인도를 꿈꿀 뿐이었다.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란 유행어를 몰고온 인도 열풍이 불어닥친 지 2~3년. 이제 인도는 ‘젊다면, 깨어 있다면 한번쯤 가봐야 하는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

    인도 여행 성수기 겨울에는 ‘인도에 인도 사람 말고 한국 사람이 제일 많다’고 할 정도로 붐이다. 지난해 말 인도 전문 여행사 ‘인도로 가는 길’을 통해 떠난 여행객은 500여 명이다. 길잡이 주종원(28)씨는 “몇 년 전만 해도 한국인들의 인도행은 막연한 관광 여행이었지만 요즘은 다르다”고 말했다. 인도에 대해 많이들 알기 때문에, 인도의 특정 명상센터를 방문하겠다거나, 수행자의 도시 강고트리에 가겠다거나, 힌두교나 건축을 공부하겠다는 식으로 인도 방문 목적이 분명해지고 구체화하는 추세라는 것.

    인도를 다녀온 사람들 반응은 극과 극으로 갈린다. 대부분의 여행자는 ‘못 있겠다’고 인도를 뛰쳐나온 ‘탈출파’ 아니면 인도에 푹 빠져 한국에 와서도 인도만 생각하는 인도 매니아가 된다. 인터넷 게시판에 들어가 보니 길동무를 찾는 메시지가 가득하다. “3월 말 혹은 4월 초에 인도 여행을 계획 중인 29세 청년입니다. 문학을 전공해서인지 인도에 대한 큰 동경을 품고 있습니다. ” “저희는 여자 휴학생 두명이구요. 4월 말에 떠나서 55일간 ‘거지여행’ 떠납니다. ” “자영업 하다 다 정리하고 인도행을 결심했습니다. ” “문득 그림책을 보다가 인도가 너무 가고 싶어졌습니다. ”

    인도로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 인도를 잊지 못하는 사람들은 서울에서 인도를 느낀다. 거리에는 알게 모르게 인도가 녹아있다.

    인사동의 인도풍 카페 ‘리틀 인디아’. 독특한 인도 향내와 함께 히말라야 명상음악, 인도 영화음악, ‘라가’라는 인도 판소리가 실내를 채운다.

    리아트 갤러리 관장 이규현(49)씨는 매달 두번씩 ‘인도 명상ㆍ무용 모임’을 갖는다. 멤버는 20여명. 집합장소는 양재동에 있는 인도풍 카페 ‘히말라야로 가는 길’이다. 정통 인도뿐 아니라 ‘인도풍 퓨전’도 강세다. 한창 떴던 미니멀 스타일에 대한 반동이다. 흑백의 고요함, 날카로움과 대치되는 강렬한 색상과 현란한 무늬, 복잡한 장식이 포인트다. 패션 리더들은 인기 댄스그룹 ‘샤크라’ 멤버들처럼 미간에 ‘빈디’를 찍기도 한다. 노출의 계절 여름에는 거리에서 손에 그림을 그린 ‘헤나’를 자주 볼 수 있다. 인사동 가게 ‘실크로드’에 가면 인도풍 물건이 가득하다. 보따리장수들이 들여오던 좌판에 널린 싸구려 액세서리가 아니다. 원석을 구해와 인도 스타일로 악세사리를 직접 제작한다. ‘오브제’ 디자이너 강진영씨는 지난해 11월, 패션쇼 영감을 얻으러 인도로 떠났다. “요즘 패션 트랜드는 화려한 색깔과 자수와 구슬로 꾸며진 호화찬란한 장식입니다. 모델들 사이에서도 계를 만들어 인도로 가고 있어요. 디자이너들도 많이들 몰려갑니다. ”

    국내외 화장품 브랜드는 앞다퉈 ‘정신적인 안정과 함께 내면의 아름다움을 가꿔준다’는 ‘아로마’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60년대 미국, 80년대 일본, 90년대 한국을 강타한 인도 열풍. 인도를 시작으로 이제 더 먼 곳에서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인도에서 시작해 차츰 티벳과 몽골, 아프리카에 대한 세인의 관심이 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출발점은 인도다. 이달 말 인도로 떠나는 대학생 정지니(21)씨는 “낯설고 신비한 곳에서의 정신적인 체험은 인도에서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연기자 whauden@chosun.com

    기고자 : 정재연
    장르 :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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