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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초 부산 광명극장에 공연갔을 때 나훈아씨가 구경와서 사인을 받으려고 했었대요. 나이는 나훈아씨가 한참 위이지만, 가수로는 제가 선배인 셈이죠. 워낙 어릴 때 노래를 시작했기 때문에 올해로 40년됐다고 하면 나이가 몇 살이냐고 놀라는 분들이 많아요. ”

‘노래 인생 40년’을 맞은 하춘화(하춘화·46)씨가 23·24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펼칠 기념 공연(1588-7890)을 앞두고 6일 기자회견을 가졌다. 하씨는 “40년 동안 외길을 걸을 수 있게 해준 팬들에게 고맙다”며 “공연 수익금은 전액 불우이웃을 돕는 데 쓰겠다”고 말했다.

하씨는 1961년 ‘효녀심청 되오리다’ 음반을 발표하면서 가수로 데뷔했다. 겨우 여섯 살 때였다.

“부산에 살다가 다섯 살 때 서울로 올라와 동아백화점 예술학원에 다녔어요. 거기서 노래를 가르치던 ‘맹꽁이타령’ 작곡가 형석기 선생님이 제 아버지께 ‘보통 아이가 아니다’면서 레코드 취입을 조르셨답니다. ”

세 살 때부터 가요를 300곡쯤 외워 불렀다는 가요사상 최연소 ‘꼬마 가수’의 등장은 장안의 화제였다. 일본 기자들까지 취재하러 날아왔을 정도였다. 김정구 황금심 등 당시 톱스타들과 나란히 극장 쇼에서 노래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성인 가수로 도약한 첫 히트곡은 열 여섯 나던 1971년 발표한 ‘물새 한마리’. 70년대 내내 ‘잘했군 잘했어’ ‘영암아리랑’ ‘연포아가씨’ ‘하동포구 아가씨’ 등 히트곡을 쏟아내며 전성기를 누렸다.

“‘잘했군 잘했어’는 정말 대단했어요. 판을 사느라고 예약을 하고, 해외 동포들이 좋아하는 ‘선물 1호’였죠. 레코드사 사장님에게 들으니까 지금까지 300만장쯤 팔렸다더군요. ”

지금까지 취입한 노래는 2000여곡. “가사까지 정확하게 기억하는 노래는 크게 히트했던 70~80곡”이라는 하씨는 “한번은 카페에서 귀에 익은 노래를 틀어놓았는데, 누군지 노래를 참 잘한다고 생각하면서 듣다보니 내 목소리더라”고 웃었다. ‘세노야 세노야’ 등 영화 주연 4편, 드라마·영화 주제가도 60여곡이나 불렀다. 크고 작은 공연은 5000여회를 했다.

하씨는 몇 년 전 방송통신대학교 3학년에 편입해 공부를 다시 시작했고, 지난해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에서 ‘한국 가요의 원류와 변천에 관한 연구’ 논문으로 석사 학위까지 받았다.

하씨는 “평생 노래와 호흡했지만 여전히 끝이 없는 것 같다”며 “노래와 함께 공부도 계속해서 언젠가 후배들을 위한 대중음악 전문학교를 설립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글=권혁종기자 hjkwon@chosun.com

/사진=김진평기자 jpki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