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도심 동성로에서 지하철을 타고 동쪽으로 25분쯤 가면 대구 동쪽 끝 반야월역에 도착한다. 비닐하우스가 있는 논·밭 사이로 3~4층짜리 상가 건물이 드문드문 서있는 허허벌판 같은 이곳은 오전 8시쯤이면 지하철이 토해내는 수백명의 대학생과 교직원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5분 간격으로 오는 학교 셔틀버스나 일반버스들이 이들을 태우고 영남대, 대구미래대, 경북외국어테크노대, 경산대, 대신대, 대경대로 달려간다.
같은 시각, 대구 지하철 1호선 종점인 대구시 동구 괴전동 안심역의 풍경도
반야월역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하철에서 나온 수백명의 학생들은 경산시 북쪽 하양읍에 있는 대구가톨릭대,
경동정보대, 경일대와 진량읍에 있는 대구대, 영남신학대로 바쁘게 흩어진다.
11개 대학에 학생 12만명, 교수와 교직원 3300여명과 상인 3만여명까지, 전체 인구
22만명 중 약 16만명의 대학인구가 꿈틀대는 대구의 동쪽 끝 ‘작은 도시’ 경산.
20년 전 대추와 묘목 산지(産地)였던 시골 읍에서 거대한 대학도시로 탈바꿈한
경산의 아침은 이렇게 대구발 지하철에서 쏟아져 나오는 학생들을 태운 버스들의
행렬로 시작한다.
경산에 대학들이 들어서기 시작한 것은 72년.
싼 땅값과 대구와 인접한 지리적 이점으로 영남대가 100만평의 캠퍼스를 조성해
터를 잡았고, 대구대(79년), 대구 미래대(81년) 등이 잇따라 자리잡았다.
95년 남녀 공학으로 바뀐 대구가톨릭대(효성여대)와 경북외국어테크노대를
마지막으로 4년제 7개대, 2년제 4개대 등 11개의 대학이 몰려 있는 ‘경산
대학촌’이 형성됐다.
올해에도 2개 대학이 더 들어설 예정이다.
대학촌이 발달하면서 경산은 요즘 곳곳이 ‘공사중’이다.
학교 앞 원룸에서 생활하는 최정경(여·22·영남대 컴퓨터공학과 3년)씨는 “아침에
눈 뜰 때마다 건물이 한 개씩 생겨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산에서 가장 번화한 대동 영남대 앞은 240여개의 원룸 건물과 200여개의 식당,
27개의 PC방으로 넘쳐난다.
‘경산 대학촌’의 학생들은 80% 이상이 대구·경북지역 출신.
경일대 경영학과 정재일(46) 교수는 “경산 대학촌은 지역사회 일꾼을 배출하는
요람”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제대로 된 대학도시를 만들어 보자고 대학과 시가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 6월 경산시 부시장과 대학 관계자들로 ‘경산학원도시발전협의회’를
발족시켜, 내년부터 ‘시민과 함께 하는 대학연합축제’, ‘경산지역 학원 입시정보
박람회’ 등을 개최할 예정이다.
윤용섭(49) 부시장은 “대학을 중심으로 의회, 정부가 힘을 모아 지역 네트워크를
구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산대, 경일대, 대구가톨릭대 등 5개 대학은 이미 지난 96년부터 ‘학점
교류제’를 실시, 전체 이수 학점의 25%를 다른 대학에서 취득할 수 있게 됐다.
지역사회 인재 양성과 더불어 경산의 대학들은 ‘지역 주민들 삶 속으로 파고드는
대학’의 위상을 갖추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영남대는 ‘노인대학원’을 개설, 매주 2시간씩 의료·문화·건강 등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강사진은 이 대학 교수들이다.
장애인 특수교육으로 유명한 대구대는 학교로 소풍 오는 초·중·고교 학생들에게
장애인 체험을 시키는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
시각장애인 체험은 안대, 청각장애인 체험은 귀마개를 주고 귀로만, 또는 눈으로만
영화를 감상하게 한다.
‘경산 대학촌’의 하루는 전체 학생 수의 60% 정도로 추정되는 ‘통학족(族)’이
빠져나가면서 마감한다.
밤 10시쯤이면 몰려든 학생들로 한산하던 거리가 아침의 북새통을 재연한다.
경산의 학생들이 가장 아쉬워하는 것은 절대 부족한 문화공간과 교통 사정.
대신대 2학년 박현경(여·22·교회음악과)씨는 “12만명의 대학생이 생활하는
공간에 공연장이나 영화관 하나 없다”고 말했다.
영남대 김승현(23·기계공학부)씨는 “밤 10시 30분이면 시외버스가 끊겨 대구까지
나가려면 1만5000원씩 주고 택시를 타야 한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팀장=최장원차장대우 jwchoi@chosun.com
/김민구기자 roadrunner@chosun.com /진중언기자 jinmi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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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경산의 대학교 현황
기고자 : 기획취재팀 최장원 김민구 윤슬기 진중언장르 :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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