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를 발행해서라도 반드시 해야 한다.” 지난 5월 4일 노무현 대통령은 ‘교육감·교육장과의 열린 대화’에서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 ‘방과후 학교’에 대한 확고한 지원을 약속했다. 한 분야에 국가부문이 투자를 하면 투하된 국가부문만큼 민간부문에서는 긴축하게 되는 이른바 ‘구축효과’가 일어나 총 공급량은 불변한다. 공공부문이 교육투자를 더하면 민간부문의 공급량과 수요량은 줄어들 것이다. 원론적으로 공교육 예산을 더 투입하여 사교육비를 낮추려는 노무현 대통령의 판단은 옳다.
하지만 여기에 간과해서는 안 될 전제가 있다. 어떠한 교육정책이 시행되더라도 대전제는 ‘국제학업성취도비교(PISA)’ 1~2위인 현재의 학업 성취도가 떨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만약‘방과후 학교’가 시장실패로 귀결되어 학력저하 현상이 일어난다면, 학교 현장은 돌이킬 수 없는 ‘교육공황’에 휩싸일 것이다. 따라서 ‘방과후 학교’는 무엇보다 먼저 교육의 수월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방과후 학교는 학원 스타 강사 등 민간 부문의 우수 인력을 학교로 끌어들일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그러나 그 외부 강사는 자신의 기존 수입에 상응하는 보수가 지원되지 않는다면 ‘방과후 학교’로 들어올 이유가 없다. 현실적으로 시간당 3만원이라는 강의료는 외부 스타강사에게 진입요인이 되지 못한다. 현재 ‘방과후 학교’는 학생이 원한다면 어떤 과목이나 개설이 가능하지만, 교과과목의 경우 대개 단위학교의 담당 과목 교사가 맡고 있다. 또한 그나마 특정 교사의 특정 과목에 수강 희망인원이 학급정원을 초과할 경우 학생은 원하는 교사로부터 배울 수 없다.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첫째, ‘방과후 학교’는 철저하게 수요자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원안 그대로 학생의 과목과 강사 선택권을 100% 보장해 주어야 한다. 둘째, 학생 수요가 몰리는 강의에는 반드시 그에 비례하는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 따라서 정부의 학교 지원은 수강료 지원이 아니라 70~500명이 동시에 수강할 수 있는 교실 환경 조성에 맞추어져야 한다. 또한 우수한 교육 공급자에게는 수요에 비례하는 인센티브가 주어져야 한다. 이 경우 규모의 경제에 의해 수익자 부담금은 현저하게 낮아질 수 있다. 이러한 강의 환경 구축에는 그리 많은 자금이 필요하지 않다. 강북의 오래된 학교의 교실들은 한 학급에 70~80명이 공부했던 교실 공간이기 때문에 책상만 갖다 놓아도 70여 명이 동시에 수업이 가능하며, 벽 하나만 트면 140명의 대형 강의실이 된다. 또한 신설 학교는 대부분 4~10학급 동시 수용이 가능한 강당과 시청각실을 갖추고 있다. 기존 시설을 활용하면 국채발행도 필요 없으며, 대통령이 기획예산처에 돈을 더 내놓으라고 요구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윤세원 돌마고 교사 경기도 분당
기고자 : 윤세원
장르 : 고정물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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