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교육부 수장 가운데 나가는 사람과 들어오는 사람을 반기는 방식이나 거부하는 방식들이 이처럼 심하기는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역대 교육부 장관 중에서 임기 내내 그토록 힐난 받은 사람도 드물었고 교육부 장관 내정자 중에서 처음부터 이렇게 비토당한 사람도 드물었던 것 같다.
지금 김병준 교육부총리 내정자를 기다리고 있는 현안문제는 한두 개가 아니다. 교장공모제, 교원평가제, 교원성과급제, 공영형 혁신학교 추진, 외고(外高) 시·도 제한 문제 등등 다양하기만 하다. 학부모단체들은 저들 교사집단과는 달리 교원평가제와 성과급제, 교장공모제에 찬성하고 있지만 교직단체는 극력 반대하고 있다. 정부가 공교육 정상화를 평준화로 완성하겠다고는 하지만 자립형사립고, 국제고 확대 등 수월성(秀越性) 교육에 대한 요구는 거세기만 하다. 그가 능력이 있다고 해도 임기 내에 모든 난제들을 풀어낼 수는 없을 것 같다. 차라리 이번 기회에 국민의 신뢰부터 회복하는 일에 주력하는 것이 정도(正道)일 듯하다.
전임 장관은 교육정책 수행에서 실패했다기보다는 국민적 믿음에서 난파당했으며 그의 교육관에 대한 국민적인 신뢰 잔고는 늘 적자였었다는 점을 내정자는 면밀하게 읽어 두어야 한다. 교육적 조건의 양극화를 해소하는 일에는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하지만, 전임 장관이 정치적 역량으로 학습결과의 평등마저 조절해 놓을 수는 없었기 때문에 그런 불신임이 불거진 것이다. 이번에도 내정자의 마음으로는 정치적 신조대로 세금폭탄에 교육폭탄을 얹어 부동산 문제를 산산조각 내볼 수도 있겠지만 남은 시간부터 헤아리는 심적 여백이 필요하다.
그간 교육현안들에 대한 내정자 나름대로의 몇몇 언급이 있었기는 했지만, 그의 교육관이 제대로 노출된 적은 없다. 국내의 초·중등 보통교육의 문제는 시·도 교육감과 지자체장의 교육적 역량에 떠맡기고 오로지 고등교육의 경쟁력 제고에 매달려 보는 것도 그가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의 기회일 수 있다. 우선 초·중등교육의 정책적 기조를 선택과 집중 위에 안정을 올려놓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 말하자면 안정적인 선택, 안정적인 집중의 교육정책 기조 아래 자사고 문제에서 교장공모제에 이르기까지의 교육현안들을 과감하게 지자체와 교육감에게 위임하면 스스로들 교육의 양극화 문제를 알아서 처리할 것이다. 내정자 스스로는 국내용 고등교육 문제보다는 고등교육의 국제화를 위한 대학혁신과제에 매진해야 한다. 국내 대학교육을 외국시장에 수출하는 식의 대학개방 혁신, 말하자면 대학의 ‘인 바운드’ 국제화 교육에 주력하는 것도 그로서 선택해 볼 만한 대학교육 혁신과제이다. 대학개방 혁신의 토대가 마련되기만 하면 그에게 쏟아진 비난들은 찬사로 바뀔 수 있다.
어쨌거나, 교육단체들은 내정자의 교육전문성을 의심하고 있고 여당마저도 그의 정치력을 반색하는 눈치는 아닌 모양들이다. 대학가에서도 그에게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들 있지만 교육부로서는 실세 장관을 반기고 있는 중이다. 야당은 노 대통령의 인사방식에 대한 거부감을 표출하는 방식으로 내정자의 교육정책 역량을 청문회에서 철저하게 파헤쳐 보겠다고 벼르고 있다. 국민 역시 그들과 저들간의 감정표시들을 이성적인 눈으로 감상해보겠다는 눈치다. 신임장관이 어느 누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는지는 그의 양식에 맡기겠지만, 내정자 스스로 그를 맞이하는 국민적 표정만큼은 상기해 둬야 할 듯 하다.
韓 駿 相 연세대 교수·교육학
기고자 : 한준상
장르 : 고정물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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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