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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식의 멋진 과학] 뇌가 바뀌고 있다

인터넷·휴대전화 사용자들 정보통합 뇌 부위 활성화 한가지에 제대로 집중못해
    이인식

    발행일 : 2008.11.08 / Why B6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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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는 '하이테크 하이터치(High Tech High Touch·1999)'에서 "미국은 기술 덕분에 편안한 나라에서 기술 없이는 살 수 없는 기술 중독지대로 바뀌어가고 있다"고 지적하고 "기술이 안겨준 안락함에 감격하여, 기술 제품의 편리함에 매료되어, 기술의 힘과 속도에 압도되어, 미국인들은 끝없이 기술에 의존하며 서서히 기술이라는 마약에 취해가고 있다"고 개탄했다.

    첨단기술은 삶의 방식을 바꾸는 데 머물지 않고 뇌의 구조와 기능에까지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10월 중순 출간된 '디지털 시대의 뇌(iBrain)'에서 캘리포니아대 신경과학자 게리 스몰은 디지털 기술이 미국인들의 뇌를 변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스몰은 디지털 기술에 노출된 정도에 따라 미국인을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과 '디지털 이주자(digital immigrant)'로 나누었다. 디지털 원주민은 컴퓨터·인터넷·휴대전화가 없는 세상을 상상조차 못하는 10~20대들이며, 디지털 이주자는 성인이 되어 이런 기술을 접하게 된 어버이 세대들이다. 스몰은 디지털 기술이 뇌의 신경회로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장치로 뇌를 들여다보는 실험을 했다. 50대 중반 중에서 인터넷을 활용하는 사람들과 컴퓨터 사용 경험이 없는 사람들에게 각각 인터넷 검색을 하도록 한 뒤에 뇌의 활동을 분석했다. 인터넷을 즐겨 사용해본 사람들의 뇌는 DLPFC(dorsolateral prefrontal cortex)라고 불리는 부위가 활성화되었다. DLPFC는 의사 결정과 복잡한 정보 통합에 간여한다. 한편 인터넷을 잘 모르는 사람의 뇌에서는 DLPFC의 반응이 미미했다. 그러나 이들에게 5일 동안 인터넷 교육을 시킨 뒤에 DLPFC가 활성화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인터넷을 사용하는 동안 뇌의 신경회로가 재구성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를 근거로 스몰은 디지털 원주민과 디지털 이주자의 뇌는 다르게 형성될 수밖에 없으며 결국 생각하고 느끼는 방법이 서로 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늘날 디지털 기술은 디지털 원주민이건 디지털 이주자이건 모든 사람의 뇌에 작용해서 '지속적 부분 주의(continuous partial attention)'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한 가지 일에 제대로 주의를 집중시키지 못하면서 모든 일에 관심을 갖는 상태를 말한다. 인터넷으로 정보를 검색하면서 휴대전화로 친구와 잡담을 나누는 것처럼 한꺼번에 여러 가지 일을 건성으로 처리하는 사람은 지속적 부분 주의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의 뇌는 스트레스가 높아져서 심사숙고하지 못하고 끊임없는 위기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몇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인터넷에 매달린 사람들은 얼이 나간 듯한 표정에 초조해하며 짜증을 곧잘 낸다. 스몰은 이러한 정신 상태를 '기술적 뇌 소모(techno-brain burnout)'라고 명명하고 미국사회에서 유행병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청소년의 뇌가 디지털 기술에 의해 새롭게 형성됨에 따라 사람들과 어울리고 의사소통하는 전통적 방식에 관련된 신경회로가 그들의 뇌 안에서 사라지지 않게끔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 사회적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과학문화연구소장
    기고자 : 이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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