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검색목록 > 기사상세보기
타이틀

"우월감 아닌 상호주의로 접근… 소중한 첫발"

한글 전파 앞장선 이호영·김주원 교수
    박순찬

    발행일 : 2009.08.07 / 종합 A3 면

    종이신문보기
    ▲ 종이신문보기
    "한글을 해외에 전파하는 것은 모든 국어학자와 언어학자의 꿈이죠. 이제 간신히 첫발을 뗀 겁니다."

    '한글 해외전파'의 첫 결실을 맺은 훈민정음학회장 김주원(53) 서울대 언어학과 교수는 상기된 표정이었다. 2007년 7월 국어학자와 언어학자 70여명이 만든 훈민정음학회는 그동안 중국·네팔·태국 등에 한글을 전파하려는 시도가 실패한 원인을 철저히 분석했다. 언어학적 분석이 제대로 안 된 언어를 무작정 한글로 표기하려 했고, 현지 주민과의 교감 없이 문자만 전파하려고 했던 것이 원인으로 지적됐다.

    실패를 거듭하지 않기 위해 대상 선정부터 신중을 기했다. 지난달 한글 교재인 '바하사 찌아찌아 1'을 펴낸 이호영(46) 서울대 언어학과 교수는 "처음부터 한글 전파 대상을 동남아와 남태평양 지역으로 한정했다"고 말했다. 한글로 기록하기 쉬운 발음을 가졌고, 중앙 정부의 견제가 상대적으로 덜한 데다, 한류(韓流) 열풍이 불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의 소수민족 찌아찌아족을 최종 대상으로 선정한 것은 작년 6월이었다. 훈민정음학회 부회장인 전태현 한국외대 교수(말레이·인도네시아어 통번역학)가 추천했다. 그들의 토착어인 찌아찌아어는 문자가 없어 앞으로 50년만 지나면 소멸할 위기에 처해 있었다. 한글 전파를 위해 찌아찌아어 발음을 분석하면서 학회는 15세기에 사라진 '순경음 비읍(ㅸ)'도 되살려 사용하기로 했다. 김 교수는 "현지인들에게 무조건 낮은 자세로 접근했다"고 말했다. 한글의 우수성에 심취해 글자를 베푼다는 시혜(施惠)적 태도를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자존심이 없는 민족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면서 "동등하게 교류한다는 상호주의적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작년 7월 학회와 인도네시아 바우바우시가 맺은 양해각서(MOU)에는 한글을 매개로 서로의 문화를 교환하자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한글판 찌아찌아어 교재가 출간돼 수업이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 김 교수는 "앞으로 가게 간판, 공문서 등 일상생활 표기에 한글이 얼마나 쓰일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훈민정음학회는 현지에 1명뿐인 한글 교사를 늘리고, 한글 교재도 수준별로 만들 계획이다. 9월에는 '훈민정음문화센터'를 지어 한국문화 전파의 중심지로 활용하기로 했다. 김 교수는 "아직 만세 부를 때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는 얘기였다.
    기고자 : 박순찬
    본문자수 : 1769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인쇄 라인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