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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국민 투표 논란

    신평 허영 신도철 이현우

    발행일 : 2010.02.10 / 여론/독자 A29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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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친이(親李)계 일부가 세종시 문제를 국민투표로 결론내자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친박(親朴)계와 야당은 반대하고 있습니다. 청와대는 “검토한 적 없다”는 입장이지만 국민투표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이 문제의 법적·정치적 측면의 찬반론을 싣습니다.

    ▲헌법 제72조=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

    ◆법적 측면

    찬성: 헌법 72조 '국가 안위'에 해당

    세종시 찬반에 대한 국민투표가 과연 헌법정신에 맞고, 법적 요건을 갖춘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선 논란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경우에 우리는 헌법을 관통하는 대원칙인 국민주권주의의 맥락에서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 헌법은 국민주권주의에 입각해서 대의제(代議制) 정치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대통령의 국민투표 부의권을 헌법 72조에 명문화해 직접민주주의적인 요소를 가미하고 있다.

    세종시 문제는 대의제 시스템하에서 제대로 해결책을 찾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고 보면, 헌법 72조가 규정한 대로 보다 직접적이고 간명한 직접민주주의의 취지로 돌아가서 국민투표에 부치는 방안도 가능하다고 본다. 헌법 72조의 '국가안위'라는 것은 말 그대로 '안정과 위태로움'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따라서 어떤 정책으로 인해 심각한 국론분열이 일어나고 있고, 분쟁의 발단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면 국가안위와 관련된 것으로 폭넓게 해석할 수 있고, '외교·국방·통일'이라는 예시적(例示的) 규정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

    특히 세종시 문제는 정부의 9부·2처·2청을 옮기느냐 마느냐의 문제인데, 정부가 둘로 갈라질 수 있는 문제를 가볍다고 볼 수는 없다. 수도를 전부 이전하면 국가 안위와 관련된 사안이 되고, 일부 이전하면 국가 안위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헌법이 국민투표권을 보장한 것은 꼭 전쟁과 같은 사태가 아니더라도 국가의 중요 정책을 결정할 때는 국민의 의사를 최대한 반영하라는 뜻이다.

    신평 경북대 법학대학원 교수

    반대: 외교·국방·통일 문제와 달라

    세종시 문제는 우리 헌법이 정한 국민투표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 헌법 72조의 '국가안위에 중요한 정책'이란 앞서 열거된 외교·국방·통일과 비등한 수준의 주요 정책이어야 한다.

    정상적인 헌법 해석 방법론에 따른 순리적 문리(文理) 해석상으로는 세종시가 국민투표 사안이 될 수 있다고 볼 수가 없다. 헌재는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 자신의 재신임을 묻는 국민투표를 하겠다고 한 데 대해 "헌법 72조가 규정한 국민투표의 범위는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므로 재신임 국민투표는 위헌"이라고 했다. 헌법을 마음대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정치적 목적에 의한 억지 논리에 불과하고, 우리 헌법이 정한 대의민주주의라는 기본 통치구조 골격을 파괴하는 것이다.

    우리 헌법은 국회를 통한 대의민주주의를 원칙으로 하고,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국민투표'라는 직접민주주의를 허용하고 있다. 국민은 대표자를 뽑아서 의사 결정을 할 수 있고, 선거를 통해 대의기관을 심판할 수 있는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웬만한 국가 문제를 국민이 직접 결정하게 한다면 국회가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국민 주권주의라는 것은 국민이 모든 걸 다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다.

    '국민'을 통일된 의사를 표출하는 '국가 기관'으로 볼 수 있다는 국민 국가기관설(說)은 이미 폐기된 이론이다. 학문적으로 국민은 일사불란하게 행동과 의사를 통일할 수 없는 존재다. 국민투표라는 직접민주주의는 독재자들이 국민을 선동하기 위해 흔히 악용하는 수단이기도 하고, 중우정치(衆愚政治) 우려도 있다.

    허영 헌법재판연구소 이사장

    ◆정치적 측면

    찬성: 국회가 못하면 국민 뜻 물어야

    세종시 문제를 국민투표로 결정할 수 있다. 신행정수도건설법과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법의 제정은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국민 전체의 이익을 대변하지 못하는 법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표를 의식한 정치권은 국가 발전에 장애가 되는 법·정책까지 지지할 수 있는데, 이런 현상은 '이익은 특정 지역이나 집단에 집중되는 데 반해 비용은 전 국민에게 분산되는 프로젝트'의 경우 발생하기 쉽다. 세종시가 바로 그런 대표적인 경우다.

    신행정수도건설법은 위헌 법률 심사라는 헌법적 장치가 막아냈으나,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행정도시건설법은 아직도 많은 정치인들이 집착을 보이고 있다. 국민은 행정부처 이전이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것인지 행정비효율 등의 불합리한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 그 의견을 표현하고 싶어 한다. 국회가 정치적 문제 때문에 국민의 뜻을 수렴하고 대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국민은 직접 그 의사를 실현할 수밖에 없다.

    세종시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친다면 9부2처2청을 세종시로 이전할 것인지를 묻는 것이 가장 합당하다. 국민투표는 지방선거와 함께 실시하는 것이 시기나 비용 측면에서 가장 적절하다고 본다. 일반 선거와 동시에 현안 이슈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해외 사례는 많다.

    외국에서는 대의제 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국민투표가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세종시 문제를 둘러싼 소모적 논쟁은 이제 국민투표를 통해 종식되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앞으로 중요 정책에 대한 국민투표 제도가 활성화됐으면 한다.

    신도철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반대: 지역대결로 나라가 분열될 것

    세종시 문제를 국민투표로 결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현대 민주주의는 다원적 민주주의다. 수적으로 우세한 의견에 따라 집단 의사를 결정하는 단순한 정치체제가 아니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투표는 투표자의 선호(選好) 강도를 나타내지 못한다. 이해관계, 관심 여부에 상관없이 모든 투표자들은 같은 정도의 선호를 갖는 것으로 간주된다. 세종시 문제가 전국민적 사안이라 해도 충청권과 다른 지역 주민이 이 문제에 대해 갖고 있는 의견의 강도가 같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국민투표 과정에서 지역적 분리 현상이 극심할 것이고 그 결과에 따라 특정 지역 주민들의 소외감이 심각해질 위험이 있다.

    현재 세종시에 대해선 원안, 원안 +α, 수정안 등이 제시되고 있지만 투표자들은 이들 중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차선에 대한 선호를 보여줄 수 없다. 즉 자신이 원하는 안이 채택되지 않았을 때 두 번째로 선호하는 대안을 가지고 타협할 기회가 박탈된다. 전문가들 사이에도 각 대안이 가져올 결과에 대해 논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국민들이 올바로 판단하고 투표하기가 쉽지 않다. 다수의 의사가 옳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수결의 본질적 한계다.

    세종시 문제에 대한 국민투표 결과는 현재까지의 갈등 정도를 볼 때 국민이 동의하는 합의를 도출할 수 없다. 투표 결과 패한 집단들은 자신들의 주장이 옳다는 신념을 접지 않을 것이다. 국론 분열이 더 심해질 수 있다. 국민 투표에 의한 국가 의사 결정은 피해야 할 마지막 수단이다. 특정 지역의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는 더더욱 그렇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기고자 : 신평 허영 신도철 이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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