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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순천의 송치재 휴게소 인근 밭에서 발견된 시신이 세월호의 실소유주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청해진해운 회장)의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유씨에 대한 검경의 2개월 넘는 검거 작업은 비극적인 결말을 맺게 됐다.

검경은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침몰 사건이 발생한 지 일주일도 안 돼 수사를 시작해 수천명의 인력을 동원했지만 결국 그를 산 채로 검거하지는 못했다.

유씨가 언론의 주목을 받은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1987년 오대양 집단 변사 사건으로 처음 세간에 거론되다 이내 잠잠해졌고, 1991년 집단 자살 사건의 관련자들이 자수한 뒤 사기 혐의로 구속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1997년 세모그룹 부도 이후 자취를 감췄던 유 전 회장은 4월 16일 침몰한 세월호 선사(船社)인 청해진해운의 실질적인 소유자가 유씨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핵심 수사 대상으로 떠올랐다. 이후 수사 과정에서 유씨가 계열사와 영농조합 등을 통해 국내외에 '유병언 왕국'을 만든 사실이 드러났다. 유씨 삶은 '내 욕심은 끝이 없어서 블랙홀을 닮았다'는 그의 자작시 구절 그대로였다.

유씨는 1962년 장인 권신찬 목사와 함께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전신인 '평신도복음선교회'를 세웠고, 대구를 중심으로 포교 활동을 했다. 유씨는 1970년대 후반부터 신도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겠다며 헌금을 이용해 사업에 나섰다. 교회와 회사가 운명 공동체가 된 것이다. 1978년 삼우트레이딩, 1979년 세모를 설립했고, 1986년 한강 유람선 사업권을 따내는 등 건강식품·유람선·조선·해운·화학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1987년 오대양 사건 배후에 구원파와 유씨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검찰은 관련이 없다고 결론내렸다. 1991년 재수사에 나선 검찰은 유씨와 오대양 사건 관련성을 밝히지 못했지만 신도 돈 11억여원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유씨를 구속 기소했다. 유씨는 징역 4년을 선고받고 수감 생활을 했고, 1997년 부도를 맞은 세모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유씨도 사라졌다.

하지만 유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유씨는 2008년 법정관리를 졸업한 세모를 처가 식구와 아들, 측근들이 주주나 대표로 있는 계열사들을 동원해 다시 인수했다. 10여년의 법정관리 기간 동안 부채 754억원을 탕감받은 세모를 유씨가 다시 장악하게 된 것이다. 유씨는 계열사나 교회 부동산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돈을 빌려 계열사를 '문어발'식으로 확장했다. 영농조합 등을 이용해 국내외 부동산을 사들이기도 했다.

유씨는 4년 전부터 구원파 본산인 경기도 안성 금수원에 스튜디오를 차려놓고 자신의 아호 '아해(Ahae)'라는 이름으로 '얼굴 없는 사진작가'로도 활동해 왔다. 뉴욕·파리·런던 등지에서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유씨는 계열사에 자신의 사진이나 상표권을 비싼 가격에 사게 해 회사 자금을 빼돌렸다. 이 과정에서 그는 부동산이나 회사를 자신 명의로 거래하지 않은 채 '서명(sign) 없는 경영자'로 활동했다.

검찰이 유씨 수사에 나서자 유씨는 4월 24일 변호사를 통해 "희생자를 위해 전 재산 100억원을 내놓을 수 있다"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세월호 사고 이후 단 한 번도 공개 석상에 나타나지 않은 채 검찰 소환에도,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도 불응한 채 도피 행각을 벌여 왔다.

유병언씨 도피서 사체 발견까지

4월 - 4/16 세월호 침몰 - 4/21 인천지검 유씨 일가 비리 수사특별수사팀 구성 - 4/23 검찰, 유병언·대균·혁기씨 집과 금수원 등 15곳 압수수색 5월 - 5/8 검찰, 차남 혁기씨 등 해외 체류자들 3차 소환 불응. 체포영장 청구 및 범죄인 인도 절차 착수 - 5/12 법원, 소환 불응한 장남 대균씨에 대해 체포영장 발부 - 5/13 검찰, 유씨에 소환 통보 - 5/14 검찰, 장남 대균씨에 A급 전국 지명수배 - 5/16 검찰, 소환 불응한 유씨 구속영장 청구 - 5/18 검찰, 유씨 일가 전담 검거팀 구성(수사팀 철야 근무 돌입) - 5/19 검찰, 금수원 뒷산 유씨 별장 급습 체포 실패 - 5/20 유씨 법원 영장실질심사 불출석 - 5/21 검찰, 금수원 내부 수색, 유씨 체포 실패 - 5/22 검찰, 유병언₩대균씨 현상금 5000만원과 1000만원에 지명수배 법원, 유씨 구속영장 발부 - 5/25 검찰, 전남 순천 유씨 도피처 수색 체포 실패, 유씨 5억원, 대균씨 1억원으로 현상금 인상 - 5/26 검찰, 유씨와 도피 생활한 구원파 여신도 체포 - 5/27 유씨 장녀 섬나씨 프랑스에서 체포, 박근혜 대통령“유씨 일가 법 우 롱, 국민 공분 자처” - 5/29 검찰, 유씨 일가 실명 재산 161억원 동결 6월 - 6/3 검찰,“ 유씨 망명 가능성 타진” - 6/12 전남 순천의 한 밭에서 백골 상태 변사체 발견 7월 - 국과수, 변사체 DNA가 유병언씨 형의 DNA와 99.9% 일치 발표 기고자 : 전수용 송원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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