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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산그룹 창업주 고(故) 류찬우(柳纘佑) 회장의 부인 배준영(裵俊英·87) 한국여자테니스연맹 회장이 지난 31일 오전 1시 30분 숙환으로 별세했다.

국내 대표적 방산(防産)기업의 안주인이었던 배 회장은 지난 35년간 한국 여자 테니스계를 물심양면 지원한 든든한 후원자로 잘 알려져 있다. 1980년 연맹 이사로 코트와 인연을 맺은 배 회장은 1988년부터 지금까지 27년간 연맹 회장을 맡아 테니스 꿈나무 육성과 주부 테니스 선수 지원에 앞장섰다.

활달한 성격에 운동을 즐겼던 배 회장은 "테니스를 통해 여성들의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면 가정의 행복과 국가 발전에 모두 좋은 일"이라며 팔순이 넘은 나이에도 틈만 나면 경기장을 찾아 선수들을 격려했다.

배 회장은 국내 여자 테니스 선수들의 등용문인 무궁화컵 대회를 30년 넘게 후원했다. 지난해 8월 강원도 춘천 대회에서는 무더운 여름 날씨에도 초등부 경기를 직접 지켜보면서 땀 흘린 선수들에게 생수를 건네고 '파이팅'을 외쳤다.

박옥순 연맹 전무는 "고인은 대회에 출전한 초등학교 선수들을 하나하나 끌어안으며 '열심히 노력해 세계적 선수가 되기로 이 할머니와 약속하자'면서 손가락을 걸곤 했다"고 회고했다. 한윤자 경기이사는 "윔블던 무대를 제패할 뛰어난 여자 선수를 키우는 것이 고인의 평생 꿈이었다"고 말했다.

배 회장은 테니스 교류를 통한 아시아 국가 간 평화 증진에도 힘을 쏟았다. 올해 34회째를 맞는 한·일 친선 여자 테니스 대회는 지금까지 매년 두 나라에서 번갈아 열리며 '민간 교류의 장(場)'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4년부터는 '코리아오픈 여자 테니스대회'를 후원하며 국제 교류의 폭을 넓혔다. 배 회장은 여성의 적극적인 사회 참여를 돕기 위해 설립된 한국여학사협회의 재정위원으로 활동하며 지난 15년 동안 장학금을 지원했다.

숙명여대를 졸업한 배 회장은 헌신적인 내조로도 유명하다. 남편인 류 전 회장이 1969년 부평에 우리나라 최초의 신동(伸銅·압연이나 압출 등의 방법으로 만든 구리나 구리 합금) 공장을 건설하던 당시, 배 회장이 건설 현장에 간이 식당을 만들고 시장에서 직접 장을 봐 직원 식사를 준비했던 일화는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그의 남편인 류찬우 전 회장은 서애(西厓) 류성룡 선생(1542~1607)의 12대손이다.

유족으로는 류진 풍산그룹 회장 등 2남 2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3일 오전 7시 30분 서울 충정로 풍산빌딩 대강당. 장지는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천주교 청파동묘원. (02)2072-2091

기고자 : 채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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