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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을 호소하는 전화속의 여자들은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어떤 이들은 간신히 몇마디를 떼고 울음부터 터뜨렸다. 지난 13일 문을 연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국성폭력상담소 (대표 최영애 40)에는 15일 하루동안 모두 15통의 피해상담 전화가 걸려왔다.

한 어머니는 "놀이터에서 놀던 국민학생 딸아이를 평소 잘아는 60대 이웃 할아버지가 데려가 추행했다"고 전화했다. 이 어머니는 또 "딸에게 늘 어른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 고 가르쳐와 딸은 겁에 질린채 울거나 소리치지도 못했다"고 치를 떨었다.

오후2시쯤에도 국민학교에 다니는 딸을 둔 어머니가 "딸이 며칠전 학교에서 돌아오다 동네 중학생 오빠한테 끌려가 성폭행당했다"며 피해를 구제받을 방법은 없느냐고 물어왔다.

또 20대의 한 미혼여성은 "9살때 강간당한 사실을 아직 부모에게 조차 털어놓지 못하고 10년이 지나도록 그때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울먹였고,"마흔이 넘은 언니가 중학 1년생일때 의붓아버지에 강간당한 뒤 정신질환으로 지금껏 폐인생활을 하고 있다"는 전화도 있었다.

이곳에는 정식 개원하기도 전인 이달초부터 모두 1백여통의 상담전화가 걸려왔으며,그중 30%정도는 어린이의 성폭행에 관한 것이었다. 상담자들은 대개 부모들이지만 전화를 걸고도 서너차례 망설인 후에야 용기를 내 말을 꺼내고 있다고 상담소측은 말했다.

전화상담을 맡고있는 이미경총무(31 여)는 "많은 여성들이 성폭행을 당한뒤 결혼과 미래설계 등 삶의 희망을 포기하고 오히려 자신을 죄인 으로 모는 자학증세를 보인다"며 "집에서 전화를 걸지못하고 몰래 공중전화에 매달려 눈물짓는 피해자들의 상처를 이제 사회가 나서서 위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철민 수도권사회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