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통제 사라져야 교육개혁이 내주중에 발표될 모양이다. 발표일이 자꾸
지연되는 것을 보면, 교육체제를 뜯어 고치는 것이 생각대로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의 교육정책담당자들은 그들이 사방팔방으로 쳐놓은 교육규제 의 거미줄에
걸려 옴짝달싹 못하는 상태이기 때문에, 개혁다운 개혁을 하는데는 상당한 한계를
느끼고 있을지 모른다.
한국의 공교육체제는 그동안 수없는 손질이 가해졌으나 매번 실패로 끝났다.
실패의 원인은 한두가지가 아니었겠지만 가장 단순하고도 중요한 개념, 즉
교육서비스의 수요-공급원리 를 무시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 아니었나 싶다.
교육을 받고자하는 수요는 날로 폭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교육서비스는 질과
양에서 수요를 제대로 충족시켜주지 못함으로써, 학부모들은 연간 17조원이라는
엄청난 돈을 사교육시장(과외공부)에 퍼붓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렇게 만든 것은 전적으로 정부의 교육정책이라는 생각이다.
교육의 사소한 분야까지 지배하는 관료중앙통제체제 가 교육서비스 공급을
형편없게 쪼그라뜨렸다.
그래서 한국의 공교육체제는 소비에트시절의 소련 물자공급체제에 비유되기도
한다.
양쪽이 어느정도 닮았는가를 말해주는 사례 두가지만 들어보자.
먼저 한국케이스.
작년 여름 혹서때 일부 국민학교교장 선생님들은 어린학생들의 건강을 위해 하루
휴교를 검토했으나 재량으로 하지못하고 교육청의 허가를 신청했다.
그러나 교육청마저 자율결정을 하지못하고 교육부에 의견조회를 하다가 그만 시간이
흘러 더위가 지나가 버렸다.
다음은 소비에트공화국케이스.
농부들이 이른 새벽 신선한 야채를 잔뜩 싣고 공판장에 들어선다.
그러나 관료주의가 만들어놓은 긴 판매절차를 기다리는 동안 신선한 야채는
트럭에서 썩어버려 팔지도 못하고 들판에 내다버린다.
농촌에서 야채생산은 넘쳐흐르는데, 도시의 소비자들은 야채를 구경하기 힘들고
가격은 치솟는다.
경쟁없는 학교 조장
다른게 뭔가.
소련이 망했고, 한국의 공교육도 대실패 로 끝나고 있는 것은 모두가 관료통제체제
때문이 아닐까.
인센티브를 없애고 스스로 문제를 푸는 능력을 없애버린 관료통제만능주의는 어쩌면
그렇게도 닮았는지.
관료주의와 공급부족은 어느 분야에서도 깊은 상관관계를 갖고 있는 것같다.
관료통제는 인센티브와 경쟁과 창의력을 없애버려 필연적으로 공급부족을 낳게되고,
공급부족은 다시 관료의 힘을 공고히 하는 악순환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
아닐까.
정부는 교육평준화 란 이념하에서 사립이건, 공립이건 모든 각급학교의 자유로운
교육서비스 공급경쟁을 막아버려 학교는 역설적으로 가만이 앉아서 생존 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줬다.
덕분에 기업이 하루가 멀다하고 변하고 마침내 정치판마저 깨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는데도 교육계만이 유독 공급자가 왕 인 지위를 누리고 있다.
그들은 아무런 경쟁을 하지 않고도 실력있는 학생들을 받아들이고, 부실교육을 통해
불량인력을 사회에 내보내는 결과를 빚고 있다.
경쟁없는 학교에서 교육내용이 충실하게 될리 만무한 일.
공교육에서 다양하고 질적인 것을 기대할 수 없게 된 초-중-고교 학생들이
교육암시장으로 몰려가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사교육시장에 더 우수한 입시기술자들이 있으니 말이다.
5공초 과외공부 강제폐지가 실패로 끝장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사교육시장수요만
억제했을뿐, 각급학교에서 학생들의 교육수요를 충족시킬만한 공급의 향상을
도모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연간 사교육비 17조원은 공교육비를 능가하고 있다.
이 돈이 만약 공교육부문으로 유입된다면 당장 1천1백개 학교를 신설하여
초-중-고교의 학급당 학생수를 40명으로 줄이고도 6조원이 남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학부모들이 미국의 유명사립학교에서 기숙사생활을 시키고도
남을 돈을 교육비로 투자해 놓고서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데에 있다.
올 오어 낫싱 의 입시제도때문에 자칫 입시생이 시험을 잘못치르는 날이면
교육투자비가 하루아침에 공중에 날라가 버리는 허무한 사태가 너무나 많이
벌어지고있다.
얼마나 낭비적 투자인가.
공교육 투자가 열쇠
이번 교육개혁이 공교육서비스공급을 보다 질적으로, 보다 다양하게 유도하여
사교육에의 의존도를 줄이지 못하면 실패를 답습하게 될 것이다.
학생들의 모든 욕구가 학교내에서 채워질 수 있도록 하자면, 공교육에대한 대대적인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정부재정만으로 곤란하다면, 사교육비로 들어가던 돈을 공교육부문으로 끌어들이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고등학생들이 방과후 학원에 가기위해 수업시간중 졸아야하는 풍경을 끝내게 하지
못하면 교육개혁은 오히려 정치적 역풍을 맞게 될지 모른다.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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