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육은 지금 중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종래의 교육체제는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임기응변식의 수용에 치중했고
교육방식 역시 타율과 획일주의 속에서 주입식 위주로 편중됐었다.
그런 와중에서도 우리 국민들의 유별난 교육열에 힘입어 교육의 질을 평균치
이상으로 유지할 수 있었고, 그것이 근대화-산업화의 밑거름이 됐음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의 2세들에게 국제화-정보화 시대에 요구되는 다양성-전문성-자율성을
심어주려면 그에 부응한 교육체제로 전환하지 않으면 안된다.
양 위주의 교육체제를 질 위주의 교육체제로 개편해야 할 필요성은 그래서 절실한
것이었고, 이번에 교육개혁 위원회가 확정한 개혁안도 이러한 시대적 요청을
수용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이른바 신교육 체제 를 목표로 한 교개위 개혁안의 방향은 따라서 정확히 초점을
맞추고 있다.
초-중등학교는 학생의 다양한 개성을 존중하고 인성 및 창의성을 최대한 신장시키는
교육체제를 갖춤으로써 모든 학습자의 잠재능력이 최대한 계발되도록 하며, 대학은
자율적 체제를 갖추고 세계적 수준의 학문과 과학기술 창조의 산실이 되어 사회 각
분야가 요구하는 자질과 능력을 갖춘 다양한 인재를 양성토록 한다는 점에서 이를
엿볼 수 있다.
이를 위해 추진키로 한 대학의 다양화 및 특성화, 대학 설립-정원-학사운영 자율화,
초-중등학교의 학생 선발방식 개선, 창의성을 함양하는 교육과정 확립방안 등도
대체로 타당성을 인정받을만 하다.
교육재정의 문제
그러나 이번 개혁안은 몇가지 근본적인 문제점도 함께 지니고 있다.
이들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할 경우 이 개혁안 역시 과거의 개혁안들이 구호만
요란했을뿐 결과적으로는 용두사미식의 시행착오에 그쳤던 전철을 되풀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첫째는 교육재정 확보방안이 수반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다양한 교육체제를 지향하는 동시에 교육의 질을 높이려면 교육여건과 환경의
개선이 선결돼야 가능하다.
실천 위주의 인성교육을 강화하겠다는 방안만 해도 그렇다.
지금의 다인수 학급과 열악한 교육환경을 방치한채 그런 이상적인 구호를 외쳐본들
공허할 뿐이다.
교개위도 이 점을 의식했음인지 당초 교육재정 확보를 으뜸의 과제로 선정해
그나름의 구체안까지 마련, 제시했었으나 빛을 보지 못하고 보류된채 제도중심의
개혁안만이 발표됐다.
뿌리없는 나무 꼴이 된 셈이다.
김영삼 대통령은 정부 실무진으로 하여금 오는 9월까지 교육예산 gnp 5% 를
골격으로 한 재정확보 방안을 마련해 보고토록 지시했지만 어떻든 머리 따로, 몸통
따로식의 개혁안이 됐음은 부인할 수 없다.
gnp 5% 확보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이 과제야말로 교육개혁의 전제임을 당국자들은
알아야 한다.
김대통령의 공약대로 지방정부 예산까지 합쳐 올해 3.89%인 교육예산을 오는
98년까지 gnp의 5% 수준으로 올린다고 해도 단기간에 교육여건이 호전되는 것은
아니다.
종래 교육예산이 너무나 빈약하게 편성됐기 때문이다.
gnp 5%는 교육의 수월성을 추구함에 있어 최소한의 기준이며 목표인
것이다.
둘째는 대학 입시제도 개선방안이 과연 교육적 차원에서 마련된 방안인가 하는
점이다.
국민의 고통을 덜어주는 의 전제를 붙이고 있는데서 엿볼 수 있듯이 수험생과
학부모의 부담 완화를 겨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정도로 교개위가 내세우고 있는 초-중등교육을 정상화하고 과열과외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대학 입학제도를 획기적으로 개선 하게 될 것인지는 의문이다.
개선의 핵심이 서울대가 본고사를 보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내용이고 그에 추가해서
필수 전형자료로 종합 생활기록부 를 활용토록 하고 있는 바, 이들 조치는 둘 다
문제가 있다.
교개위의 설명을 뒤집으면 서울대의 본고사가 국민에게 고통을 주는 대상이므로
아예 법제화로 금지하겠다는 얘기가 된다.
서울대가 본고사를 고집하니까 다른 명문급 대학들도 그에 부응하는 경향이 있고
본고사 부활 이후 일부 특수과외를 부추기는 현상이 나타난 것도 사실이다.
특히 일선 고교들은 본고사에 대비한 입시지도가 어려워 고충이 컸다.
과외를 없앤다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편으로는 자율 을 내세우면서 특정 대학의 본고사를 금지하려는
처사는 논란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충분하다.
그리고 본고사가 없었을 때도 과외망국 현상은 극심했었다.
15년전 군사정부가 7.30 교육개혁을 단행할 때 본고사를 폐지하면서 중등교육의
정상화 과열과외 완화 를 표방했던 내용과 이번 교개위의 규제 및 표현이 거의
중복되는 점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종합 생활기록부 관리 및 이의 공신력을 둘러싼 잡음도 끊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교사의 질은?
셋째, 교원의 질향상 방안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다.
교육의 질을 교원의 수준이 결정한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니다.
개혁의 궁극적인 목적이 교육의 수월성을 높이려는 것인 만큼 당연히 교원의 질을
높이려는데 개혁의 초점이 모아져야 마땅하다.
교개위가 교원양성 및 연수제도의 개혁, 능력중심 승진 등을 통해 품위있고 유능한
교원을 육성하겠다고 밝히고는 있으나 그 정도로 어느 만큼이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보다 적극적인 경쟁체제를 도입해 유능하고 열의있는 교원은 우대받고 그렇지 못한
경우는 도태되는 분위기로 유도했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