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가조차 『너무 완벽한 영웅이어서 드라마틱한 요소가 없다』고 평했던
충무공 이순신.
이순신 장군 서거 4백주년 기념작으로 11일 개막, 16일까지 공연되는
국립극단 송년 무대 「거북선아 돌아라」(이길융작 김효경연출)는 연출가의
우려대로 드라마 약한 역사극이다.
그러나 거북선이 왜선을 격파하는 스펙터클과 생략이 두드러진 무대로
극장성을 살린 연출이 자칫 지루한 역사책 입체낭독이 될뻔한 이 연극을
살려낸다.
희곡은 이순신이라는 인물 내면이나 굴곡 많은 삶을 그리기보다는,
팽창주의 국가 전략을 지닌 일본의 왜란 도발, 안팎의 적을 막기 바쁜
명(명), 아무 준비 없이 전쟁을 만난 조선 3국의 정세와 역학에 중심을
둔다.
그러나 2시간 조금 못되는 공연에 16세기 극동 3국 국제 정치학을
담아내기는 무리.
임진왜란 발발부터, 선조의 피란, 명에 대한 구원 요청, 조선을 배제한
명과 왜의 종전 협상, 재란의 발발….
너무도 거대한 역사적 사실을 모두 소화하려는 희곡의 욕심은 무대를
지루한 역사 교실로 바꾸어버린다.
연출의 재치와 역동적인 무대 장치(여운덕)가 그처럼 무겁게 늘어지는
희곡을 무대 현장으로 돌려보내는데 큰 힘이 됐다.
극장성을 살린 연출 아이디어로 돋보인 것은 명과 왜의 조정을 담은
장면, 그리고 보기드문 스펙터클을 만들어낸 해전(해전) 장면이다.
거북선은 무대를 미끄러지듯 가로질러 왜선을 반쪽 내기도 하고 불을
뿜기도 한다.
신인이나 다름없는 젊은 배우 최원석은 좋은 목소리와 차분한 연기로
폭발하지 않되 안으로 에너지를 뭉쳐 터뜨리는 이순신 역을 무리없이
보여주었다.
16일까지 오후 7시.
< 박선이기자 >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615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