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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새벽1시 서울 용산구 동자동 재수전문 단과반 학원들이 들어찬 골목길. 24시간 영업 심야영업 이라는 간판을 내건 만화가게 5~6개가 늘어선 거리를 서성대던 고교생 또래의 10대 3명이 셔터가 내려진 한 가게 앞에 다가섰다.

s만화가게의 문들 두드리며 기다리던 청소년들은 잠시후 단속경찰이 아님을 확인한 주인이 셔터문을 반쯤 올리자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각종 만화가 빽빽히 들어찬 좁은 점포안에서는 머리가 헝클어진 소년들과 공사장 인부들 10여명이 다닥다닥 붙은 의자에서 웅크린채 새우잠을 자고 있었다. 한쪽에는 술에 취한 채 의자를 붙이고 모여 앉아 화투는 치는 앳된 얼굴의 10대 3명도 눈에 띄었다.

서울역 주변에 2천원의 입장료만 내면 잠도 자고 만화와 비디오도 볼 수 있는,이른바 심야 만화가게 가 성행하고 있다. 서울역에서 나와 용산쪽으로 가는 대로변과 길건너편 학원골목에는 밤늦은 시간이면 오갈데 없는 청소년을 받는 만화가게들이 20여개에 이른다. 그중에는 다락을 개조해 쪽방을 만든 곳도 있으며,이들 업소마다 매일밤 10~20명씩의 10대 밤고객 들이 의자를 붙여 만든 간이침대 에서 밤을 지새운다. 이들 업소들은 요즘 단속을 피해 예전처럼 공공연히 고객 들을 받는 대신 문을 걸어 잠그고 청소년들의 신원을 살핀뒤 들여보내는 식의 숨바꼭질 영업 을 하고 있다.

서울역 근처 한 만화가게에서 잠을 자던 이모군(14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은 "3년전 자주 때리는 부모가 미워 집을 나온뒤 아동보호소만 10여차례 드나들었다"며 "가끔 성인용 비디오도 보고 싼값에 잠자리를 해결할 수 있어 나처럼 나이가 어려 여관에 갈 수 없는 가출청소년들이 이 일대 만화가게에서 잠을 자며 생활하고 있다"고 했다.

비슷한 시각,서울 서대문구 신촌 로터리 뒷골목의 한 만화가게에도 가출한 10대들이 만화를 보거나 냄새나는 이불을 덮고 새우잠을 자고 있었다.

이들 청소년 가운데는 10대 가출 소녀도 있었다. 남자친구와 나란히 앉아 만화를 보고 있던 최모양(14 강원도 춘천시)은 "마땅히 밤을 보낼 곳이 없어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중류 가정의 3남매중 장녀인 최양은 "나쁜 친구들과 어울려 자주 가출한다는 이유로 부모님이 3개월 동안이나 정신병원에 감금했었다"며 "지난 8월 잠시 집에 되돌아갔다가 다시 서울로 도망와 만화가게 등을 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책가방을 아무렇게나 내팽개친 채 정신없이 만화를 보던 s상고 3학년 이모군(17)은 "친구들과 어울리는데 쓸돈이 부족해 집에는 졸업여행을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3만4천원을 받았다"며 "낮에는 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만화가게에서 자는 것이 오늘로 이틀째"라고 했다.

새벽에 남대문시장을 찾는 지방상인들을 위한 새벽 다방과 포장마차에도 10대들의 모습이 적지 않았다.

이날 새벽2시 남대문시장 근처 p다방은 손님 40여명중 절반이 10대였다. 새벽장을 보러온 상인들 한쪽 편에 나이를 감추기 위해 진한 화장을 한 10대 소녀들이 몰려 앉아 쉴새없이 담배연기를 뿜어대고 있었다. 잠시후 옆좌석에 있던 같은 또래 10대 소년들이 말을 걸었고 자연스럽게 합석한 이들은 20여분뒤 어디론가 밖으로 나갔다.

다방앞에 즐비하게 늘어선 포장마차에서는 청소년들이 어묵과 김밥을 안주삼아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길가에서는 10대들 5~6명이 싸움을 벌이고 있었지만 누구 하나 이들을 눈여겨 보지 않았다. <조정훈-차학봉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