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운동권 학생들의 배후에 김정일이 있다"고 한 박홍 서강대 총장의 발언을 편견과 무지의 폭력 이라고 공박한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주장은 박총장 발언의 사실여부와 근거를 묻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박총장의 신뢰도를 깎아내리는 방식으로 전개된 것임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우선 이 사제단은 소속은 다르지만 박총장과 같은 그리스도의 사제들로서 같은 사제의 발언의 진위를 묻는 최소한의 예의와 동료로서의 기본적인 자세를 잃고 있음을 본다. 순서대로라면 이들은 박총장 발언의 근거를 먼저 물어야 했다. 그러나 사제단의 성명은 그것을 묻기도 전에 이미 스스로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렇다면 정의구현사제단 이 박총장의 발언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전제해야 하며 그럴 경우 그것에 대한 거증책임은 사제단에 있다. 박총장의 발언이 대단히 빠른 속도로 인구에 회자되면서 여론을 타고 있는 것은 그 발언이 사람들마다 갖고 있는 인식과 공명하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말하지 않아도 다 알고 있다. 남총련이나 서총련 소속의 전투대원들이 기차를 탈취하고 경찰서를 습격하며 김일성 서거 의 애도에 광분할 때, 그리고 한총련의 지침서가 북한 선전문구를 그대로 복사한 것임을 보면서 저들이 누구인지 또 왜 그러는지 알만큼은 알고 있는 것이다. 박총장은 단지 그 느낌과 확신의 뇌관을 살짝 건드려준 것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박총장이 근거 를 대는 것이 옳기 보다는 그것을 무지의 폭력 으로 몰고 있는 사제단이 한총련의 배후무관설의 근거를 대는 것이 오히려 상식과 정서에 맞는다. 특히 사제단이 한총련을 주사파의 조종을 받는 단체가 아니라 민족의 현실을 고민하는 학생들 이라고 주장한 것은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는 것과 같다. 왜냐 하면 한총련의 헤게모니를 잡고 있는 측들은 스스로 또는 자기들끼리 nl주사 로 자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운동권이 아니더라도 학생들이라면 누구나 인정하는 정설에 속한다. 결국 사제단의 태도는 진실에 접근하려는 자세가 아닐 뿐 아니라 논리나 사리를 따지기에 앞서 박총장을 매도하고 한총련 등을 옹호하는데 급급했음을 역력히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이 정의구현사제단이 과거 어두웠던 시절, 말못하는 국민, 탄압받는 지식인들의 입이 되고 용기가 되고 등불이 되어 오늘의 민주화에 일익을 맡았다는 것을 평가한다. 그러기에 우리 사회가 독재의 그늘에서 벗어난 이제, 정의구현사제단이 자유민주사회 건설에 보다 어른스럽고 객관적이고 지도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했던 우리로서는 실망을 느끼면서 이들의 주장이 가톨릭교계 다수파 의견에 배치되는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