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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당의 태도가 해괴하고 고약하다. 사람이 2백명씩이나 죽임을 당하거나 중상을 입었는데 그것을 국회에서 논의하자는 것을 이 핑계 저 구실로 막으니, 국회는 대체 무엇 하는 곳이며 집권당인 민자당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대구참사를 야당이 정치문제화 하려 하기 때문에 그런다고 하지만, 그런 정도의 큰 사태라면 설령 야당이 아니더라도 정치문제가 충분히 되고도 남는다. 정치문제가 어디 따로 있는가. 국민생활에 중대한 위해 사유가 존재하고 그에 대한 정부의 대처가 번번이 빈말로 끝났다면 바로 그런 것이 정치문제 가 아니고 무엇이 정치문제 인가. 그리고 국회의 존재이유 또한 그런 문제를 크게 따지자는데 있지 그것을 애써 덮거나 피해가자는데 있지 않다.

민자당의 고민인즉슨 그것을 크게 떠들었다가 자칫 지자제 선거를 망칠까보아 그러는 모양인데 이런 소리야말로 대구 시민과 전국민을 머리 끝까지 분노하게 만드는 망발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은 결과적으로는 민자당에 있어선 표계산이 더 중요하지 대구의 비통을 국회에서 논하는 것은 그 다음이란 말 밖에 안된다. 서둘러 그런 논리를 취소하는 것이 민자당에 덜 해로울 것이며, 그 취소의 방법은 대구 국회 를 즉각 여는 것이다.

지금 그러지 않아도 정부 여당 수사당국이 대구사태를 한사코 축소 지향적으로 빨리 끝내려 한다는 항간의 의혹이 짙어지고 있는 판이다. 이런 때 국정토론의 본산인 국회가 그 문제를 며칠이 지나도록 모른체하고 지나친다는 것은 중대한 직무태만이 아닐 수 없다. 야당이 설령 그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개연성이 높다 하더라도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상대방의 약점을 공격하는 것은 자연계의 일반적인 풍습 이며, 이번의 사태는 그런 개연성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정도의 중대사임을 알아야 한다.

특히 수사당국의 조사가 민간 시공자의 형사적 책임만 묻고 있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당국의 행정적 책임에 대해서는 불가불 국회가 따져물을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이것을 묻지 않고 사태의 마무리를 시공자의 현장책임 만으로 끝내려 한다면 그것은 대구 시민과 국민의 수긍을 얻지 못할 것이다. 더군다나 정부의 재발방지책 다짐의 거듭된 무위에 대해 이번만은 그냥 넘어갈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