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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제당-드림웍스 합작 주인공 이미경 이사

"인간적 유대감이 합작비결"
돈버는 재미보다 일이 좋아 뛴다
영화 발전위해 할리우드와 합작
스필버그의 방한으로 그의 작업에 한국문화가 자리잡게 된다면 매우 의미 있는 일

    발행일 : 1995.11.16 / 27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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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제프리 카젠버그, 세계 영상시장을 주무르는 두 거물이 18일 방한한다는 뉴스가 전해졌을 때, 많은 사람들은 도대체 누가 이런 큰 일을 성사시켰나 궁금해했다.

    그 일등공신은 바로 한 여성-제일제당의 영상사업을 총괄하는 이미경이사(38)다.

    그는 스필버그등이 설립한 세계 최고의 영상소프트회사인 드림웍스skg 와 제일제당의 합작을 성공시키는데도 결정적으로 기여했던 주인공이다. 미국에선 미키 리 (miky lee)라는 이름으로 더 잘 통하는 이이사는 삼성그룹 고 이병철회장의 장남인 이맹희씨의 장녀이자, 제일제당의 실소유주인 이재현상무의 친누나다. la에 머물던 그가 최근 한국에 돌아와 14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 응했다.

    -이번 방한이 한차례 연기됐다가 성사됐죠. 걱정이 많았겠습니다.

    "당초 10월 5일 올 예정이었다가 스필버그가 가족의 상을 당해 연기하겠다는 연락을 받았을땐 정말 놀랐어요. 경황중에도 스필버그는 10일 만에 11월중에 반드시 한국에 가겠다 고 편지를 보내왔고, 결국 18일부터 5일간 예정돼 있던 자신의 일정들을 모두 취소하고 방한하게 됐습니다. "

    -이들이 한국방문을 그만큼 특별하게 여긴다는 뜻이군요.

    "그렇죠. 특히 스필버그는 지금까지 촬영이나 영화제 참석을 위한 출국 이외엔 다른 나라, 특히 동양을 거의 방문한 적이 없습니다. 이렇게 시간을 내서 한국에 오는 것은 작게는 사업 파트너인 제일제당과의 관계를 다지기 위한 것이지만 크게 보면 한국 영상사업 발전을 위해 좋은 계기라고 봅니다. 한국이란 나라에 얼마나 독특한 문화가 있으며 영화 사업은 어떤 단계에 와 있는지 등을 잘 보여줌으로써 앞으로 이들의 창조적인 작업에 한국 이 자리잡게할 수 있다면 매우 의미있는 일 아니겠어요. "

    -스필버그 감독 같은 거물들과 어떻게 그렇게 친해져서 사업 파트너가 됐는지 제일 궁금합니다. la의 고급주거지 베벌리힐즈에 있는 스필버그 집의 이웃에 이이사가 살았던게 계기가 됐다는 말도 있는데.

    "이웃이라뇨 . 제 집은 뉴욕에 있어요. (웃음) 94년 말 스필버그등이 드림웍스 출범을 선언할 때 저는 삼성전자 아메리카의 이사로 la에서 일하고 있었죠. 스필버그와는 일면식도 없었어요. 그런데 어느날 잘 알고 지내던 팀 오브라이언이라는 변호사가 편지를 보내왔어요. 드림웍스를 출범시킨 제프리 카젠버그가 투자자를 모집한다는데 생각이 없느냐 는 것이었어요. 이를 계기로 94년말 스필버그등과 la에서 처음 만났죠. "

    -제일제당과 스필버그측간 협상의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정말 화기애애했어요. 그쪽이나 우리나 청바지-티셔츠 차림에 운동화를 신고 피자를 먹어 가며 협상했어요. 나중엔 서로 테이블에 다리를 마음대로 올려놓을 정도였어요. "

    -유럽, 중동의 많은 투자자들을 놔두고 스필버그는 한국기업을 택한 셈입니다. 몇개월 사이에 스필버그를 휘어잡은 비결이라도 있습니까.

    "비결은 무슨 비결이에요. 제가 한국 굴지의 삼성그룹 집안 사람이란 점에 대해 그들이 무게를 두고 있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일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은 기업보다는 인간 을 상대하는 사람들이고, 저와 이상무가 그들이 하려는 사업의 내용을 진정으로 이해해준 점에 대해 인간적으로 아주 좋은 인상을 받았기 때문에 우리를 신뢰하게 됐다고 여깁니다. "

    -그간 주로 식품 제조를 해온 제일제당이 갑자기 영상산업에 눈돌리는 이유는 뭡니까.

    "제일제당은 할아버님(고 이병철삼성 창업주)이 가장 먼저 세운 기업이예요. 우리 회사는 언제나 그 시대의 소비자들이 가장 원하는 것 을 공급하는데 주력했습니다. 먹고살기 고달팠던 시절엔 밀가루, 생활이 좀 나아졌을 땐 조미료였다면 이젠 엔터테인먼트쪽에 눈을 돌릴 때가 됐다는 것이 제 판단입니다. "

    -스필버그나 카젠버그와 손잡는 것이 과연 무엇을 위해 필요한가 의문을 갖는 시선도 있어요. 이런 식의 대외 합작이 한국 영화와 영상산업에 어떤 도움을 준다고 생각합니까.

    "전 문화에서도 신토불이를 주장하는 편이지만, 한국영화가 산업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선 이대론 안된다고 봅니다. 영화제작사는 영세하고, 배급은 원시적인 이런 낙후성을 벗어나려면 좀 거창한 이야기지만 누군가가 한국판 메이저 스튜디오를 세워야 합니다. 그러려면 세계 영상시장을 주무르는 할리우드는 어떻게 하는지를 알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할리우드의 파트너가 돼서 함께 일을 해보는 것보다 좋은 방법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

    -젊을때부터 사업을 꿈꿨습니까.

    "전 아직도 제가 사업가 라는 생각은 안 해요. 돈 버는 재미보다는 일 자체가 좋아서 뛰니 그냥 일하는 사람 이에요. 저는 또 항상 교육에 관심이 있어요. 드림웍스 영상사업을 본 궤도에 올려놓고는 교육에 전념하고 싶고요. 지금 하고 있는 영상사업도 저는 모두 교육의 형태라고 생각해요. "

    -일하면서 힘든 것은 어떤 부분입니까.

    "비행기 타는 거예요. 제 집은 뉴욕에 있고 la에 드림웍스skg가 있고 제일제당이 서울에 있으니 저는 이 세 곳을 왔다갔다 정신없이 다니며 삽니다. 지난 해 10월부터 지금까지 거의 매달 2번꼴로 la~뉴욕~서울을 날아 다녔어요. "

    이미경 이사는 서울대 가정대를 나와 미국 하버드대에서 동양학 석사과정을 수료했으며, "대륙을 호흡하고 싶어" 90년부터 91년까지 상해의 복단대학 대학원에서 박사과정(현대한어 전공)을 이수하는등 3개국을 다니며 공부를 해 영어-중국어에 모두 능통하다. 그는 드림웍스 skg의 경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15일 la로 떠났다.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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