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검색목록 > 기사상세보기
타이틀

이동진기자의 시네마 레터

셀레브레이션의 '도그마'
순수를 찾아 처음으로 돌아가자
    이동진

    발행일 : 1999.05.10 / 문화 / 36 면

    종이신문보기
    ▲ 종이신문보기

    개봉 3주째를 맞는 토마스 빈터베르그의 「셀레브레이션」은 「도그마 95」의 첫 소산입니다. 「도그마 95」란 덴마크 감독들이 95년 「순결의 맹세 10계명」을 앞세워 시작한 영화운동입니다. 『카메라를 정지한 채 찍지말라』같은 조항들이 10계명을 이루지요. 핵심은 『처음으로 돌아가자』는 겁니다. 테크닉과 화장술로 덧칠한 환상을 지우고 진실을 되찾자는 거지요.

    최초 순간들이 지나고 제도와 산업의 외피를 입어가며 순수함을 잃을 때, 어떤 이들은 처음으로 회귀해 위기를 극복하려 합니다. 초발심이나 초대 교회 같은 말을 불교와 기독교가 강조하는 건, 신자 개인이건 종교 공동체건 처음 경험이 뿌리가 되기 때문입니다. 테오 앙겔로풀로스 「율리시즈의 시선」에서도 주인공 영화감독은 수렁에서 벗어나려고 발칸반도에서 처음 영화를 찍었던 마나키스 형제의 잃어버린 필름들을 찾아나섭니다.

    근원 회귀 시도는 종종 모두를 통합 대체하려는 야심을 드러냅니다. 19세기 말 자멘호프가 고안한 에스페란토는 언어가 갈라지게된 바벨탑 사건 이전으로 돌아가려는 시도이지요. 아울러 모든 언어를 대신할 「유일한 언어」를 꿈꾸었고요. 19세기 중반 바하이교를 창시한 이란의 바하 울라 역시 『창시자들은 모두 같은 신의 현현』이라며 종교 통일을 기도했지요. 「도그마」도 다른 영화들을 「환상」으로 배격하고 스스로를 「구원」으로 표현합니다. 이런 노력은 경직되기 쉽습니다. 에스페란토의 규칙적 문법은 예외를 거의 허용하지 않지요. 「도그마」 영화도 엄한 규범들에 충성함으로써 존재를 드러냅니다. 더구나 경험을 나중에 교리로 집약하는 종교운동과 달리 「도그마」는 먼저 규약을 내걸었다는 점에서 엘리트적이고 교조적입니다. 대부분 부정문인 규약은 온통 법률적 금지로 구체화돼있고요. 에스페란토나 바하이교가 오늘날 그저 「또 다른」 언어나 종교일 뿐이라는 게 의미심장하네요.

    많은 미덕에도 불구하고 처음으로 돌아가려는 시도가 실패한다면 맥락을 무시했기 때문일 겁니다. 지금 모습은 긴 시간의 변화에 나름대로 적응해나간 결과이지요. 영화역사가 남긴 경향이나 기술을 발전과정이 아니라 걸림돌로 보는 시각은 맥락을 잃기 쉽습니다. 「율리시즈의 시선」에서 마침내 찾아낸 필름에 담긴 건 빈 화면이었지요. 맥락을 배제할 때 최초 열정이나 무구(무구)도 나중에 까발려 보면 빈 화면같은 걸 겁니다. /djlee@chosun.com

    기고자 : 이동진
    장르 : 고정물 평론
    본문자수 : 915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인쇄 라인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