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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인터넷 '실향기록관' 애끓는 사연들

“통일되는 날 두 분 고향에 모실게요”
    강일모

    발행일 : 2001.02.12 / 북한 / 42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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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록인/ 강일모(강일모·54·경기도 용인시 기흥읍)

    고향/ 함남 북청군 신포면 문암리

    돌아가신 어머니께.

    “생명의 숭고함과 소멸의 아름다움 보여주신 내 어머니. ”

    어머니!

    당신이 이민가신 후 저는 매년 읍민회와 망향제 그리고 군민회까지도 빠짐없이 나가 아버지 같고 어머니 같은 고향어른들 틈에서 사진으로만 뵌 내 아버지와 멀리 계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어 왔습니다. 이제 당신의 유골을 향원(묘지)에 안장했으니 명절날 임진각이나 통일전망대에 가서 서성거리진 않겠습니다. 이남에서 나를 키워주신 아버님 곁에 모시지 않은 것은 용서하실 줄 믿겠습니다. 동생들도 이해합니다. 그 분은 북청향원, 당신은 신포향원 다 같은 우리 경기도 땅입니다. 언젠가 통일이 되는 날 두 분 다 고향으로 반드시 모시고 갈게요.

    LA 한국장의사에서 입관예배 드릴 때 당신의 딸이 추도한 어머니에 대한 추억 생각나세요? 수술 후를 걱정하며 붙잡고 울던 딸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오히려 위로해 주셨다는 멋쟁이엄마를 회고하는 그 애절한 사연에 장내는 온통 눈물바다였지만 당신의 누워있는 모습은 너무나도 곱고 편안해 보였습니다. 고통이 희망이셨던 당신 생명력의 숭고함과 소멸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날 유족대표로서 제가 올린 말씀을 다시 한번 되새겨 봅니다. 자식들의 다짐이기도 하지요. “북청물장수의 후예로서, 자랑스런 신포인의 긍지를 가지고 한국과 미국에 나뉘어 살고 있는 우리 자식들은 어머니가 주신 목숨을 감사하며 죽는 날까지 열심히 살겠습니다.

    엄마!

    헤어짐과 그리움의 아픔은 어찌 그리 영롱한지요? 눈 깜박할 사이에 지나가 버린 당신의 열정어린 삶을 헤아리면서 한오백년은 못 살아도 이제 겨우 칠십초반에 우리와 영원히 헤어진 당신의 흔적을 아쉬워하며 이 글을 드립니다. 돌아오는 한식날에는 패끼넣은 밥(팥밥)과 명태식해를 차려드릴테니 이 아들과 함께 냉수에 훌훌 말아서 한술 뜨실 수 있겠지요?

    어마이!

    오늘밤도 이 아들은 당신의 품에 안겨 잠드는 꿈을 꾸고 싶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흐려지는 눈을 크게 뜨고 허리를 펴겠습니다. 실수하며 더듬거리고 사는 자식들 걱정마시고 당신이 계신 그곳 삶과 죽음의 구별이 없는 아름다운 천국에서 부디 영생을 누리소서. 아들 일모

    실향기록관’은 실향민과 후손들의 사연을 계속 받고 있습니다. 내용과 형식, 분량에는 제한이 없습니다.

    문의: 조선일보사 통한문제연구소 (02)724-6521~6524.

    이메일: nkreport@chosun.com

    기고자 : 강일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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