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작년 12월 김홍걸(金弘傑)씨의 60만달러 융자 사건과 관련, ‘융자사기’ 의혹을 제기한 이신범(이신범) 전 한나라당 의원을 참고인 조사한 것으로 밝혀져 주목되고 있다. 과연 FBI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아들 홍걸씨를 수사할 것인가?

19일 청와대는 이를 강력히 부인했다. 청와대 박선숙(朴仙淑) 대변인은 “(홍걸씨에 대한) FBI조사 보도가 일부 있었으나, FBI는 그러한 규모나 성격의 문제에 대해 취급하지 않는다고 한다”며 “특별히 FBI가 취급을 하더라도 당사자는 융자은행이기 때문에 융자은행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면 FBI가 수사하지 않는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런 사건은 FBI의 수사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홍걸씨가 서명한 은행경고장에는 융자신청서에 허위사실을 기재할 경우, 은행의 손실이 없더라도 융자사기죄를 구성하며, 허위사실 기재가 발견된 경우 은행은 FBI·법무부장관·재무부 비밀검찰국·은행감독원에 보고하도록 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이 보고하지 않으면 허위사실 기재를 안 날로부터 매일 2만5000달러의 벌금이 부과되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에 따라 홍걸씨에게 60만달러를 융자한 월드세이빙스 은행이 홍걸씨의 허위기재 사실을 FBI에 보고했는지 여부가 주목된다. 미국변호사 출신 한 인사는 “이 경우 미국 은행은 자신들이 손해볼 일은 하지 않는다”며 “보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FBI가 작년 12월 이 전 의원을 이 사건과 관련해 2시간30분 동안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의원은 FBI의 조사 내용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홍걸씨의 융자서류 허위기재와 한국정부가 이 전 의원을 위협하고 있다는 내용 등에 대해 조사가 이뤄졌다는 사실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이 전 의원은 자신이 확보한 자료도 모두 제공했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FBI는 홍걸씨 사건과 관련한 모든 정보를 확보한 것이 확실해 보인다. 문제는 FBI의 다음 수순이다. 일단 FBI가 한국 대통령의 아들을 쉽게 수사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인사들은 “특별한 일이 없는 경우, 미국이 외교관계를 고려해 그냥 넘어가지 않겠느냐”고 전망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과거 노태우(盧泰愚) 대통령 재임시절 이던 93년 미국 검찰이 기소한 딸 노소영 사건을 상기해볼 때 “예측불허”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노소영씨는 당시 달러화를 신고하지 않고 미국에 반입했다가 미국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었다.

/송동훈기자 dhso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