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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아들들이 또 다시 구설수에 올라 있다. 문민정부 때도 ‘소통령’이 큰 물의를 일으키더니, 국민의 정부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앞으로는 자식 없는 사람만 대통령으로 뽑든지, 아니면 적어도 후보자들의 자녀관계를 철저히 검증해야 할 것이다.

사람은 과거로부터, 특히 실수로부터 배운다. 그리고 그 실수가 꼭 자기의 것일 필요가 없다. 다른 사람이 손가락을 불에 데었다면 자기 손가락을 불에 대지 않는 것이 평범한 지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그런 곤욕을 치르고, 이회창 전 총재가 아들의 병역기피 의혹 때문에 선거에 치명타를 입은 것이 그리 오래 전 일이 아닌데, 최소한의 상상력만 동원해도 그런 실수는 반복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대통령의 아들들만 욕할 수 없다. 얼마나 많은 사기꾼들이 얼마나 교묘한 감언이설로 그들을 꼬였겠는가? 권력을 좀 행사하는 사람과 그 가족들이 받는 유혹과 압력은 엄청날 것이고, 특히 대통령 아들쯤 되면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유혹을 받을 것이다.

그런데 왜 이런 일이 구태여 우리 나라에서만 반복되고, 미국이나 일본 같은 나라에서는 일어나지 않는가? 아시아에서 세 번째로 부패한 인도네시아에서도 수하르토 대통령의 아들들이 부정을 저질러 재판을 받고 있지만, 그래도 그런 일이 반복되지는 않았고, 인도네시아보다 더 부패한 러시아나 중국에서도 권력자 자녀가 문제된 적은 없다.

한국에 이런 일이 자주 생기는 이유는 우리의 유별난 연고주의 때문일 것이다. 권력을 남용할 유혹은 모든 권력자가 다 받지만, 권력자의 친인척이 이에 관계되는 데는 북한과 한국이 두드러진다. 대통령 비서실에 대통령 친인척을 관리하는 부서가 있는 나라는 우리가 유일하지 않을까 한다. 그런데 연고 가운데 가장 강한 것은 혈연이고, 우리 나라에서는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다. 서양에서는 부부를 한몸으로 보나, 유교에서는 부자유친(父子有親)이 오륜(五倫)의 첫째다. 법적 처벌과 사회의 질타를 감수하면서도 부모의 분묘를 호화스럽게 꾸미고, 자식의 과외공부를 위하여 어머니가 파출부로 나서는 일은 한국에만 있다.

부모가 자식을 아끼고 사랑하는 것은 동물적 본능이다. 그러나 사람이 짐승과 다른 점은 자식에게 궁극적인 이익이 되도록 그 사랑을 합리적으로 절제하는 데 있다. 그래서 자식이 원해도 해롭다고 판단하면 금하고, 잘못을 저지르면 자식이 아파해도 벌을 주는 것이다. 자식이 원하는 대로 다 들어주는 것은 자식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식 보호에 대한 본능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이기주의에 불과하다. 좀 고생이 되더라도 군에 복무하는 것은 젊은이들에게 더 없이 좋은 경험과 훈련일 것이다. 그런데도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하여 자식의 병역기피를 주선하는 것은 참된 사랑일 수 없다. 고생을 모르고 자란 자식이 힘든 경쟁에 살아남기가 쉽지 않고 법을 어긴 사람이 떳떳하게 행세하기가 어렵다. 결과적으로 자식도, 자신도 손해를 보고 사회통합도 깨어진다.

우리 사회의 부모들, 특히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우리 문화의 이런 약점을 충분하게 인식하여 자식 관리를 제대로 해야 할 것이다. 권력자가 자식에게 약한 것을 알면 사기꾼들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고, 비서실의 감시도 무력해진다. 그리고 법과 제도도 이를 반영해야 한다. 공직자 재산신고에 직계 존·비속의 재산신고를 거부할 수 있게 한 것은 이 유별난 연고주의를 무시한 것이고, 김홍걸 씨 등 소위 ‘홍3 게이트’사건은 그 구체적인 결과라 할 수 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의혹은 그 누구의 것이든 철저히 밝히고 불법은 반드시 처벌하는 것이다. 그래야 권력자들이 정신차리고 자식관리를 좀 제대로 할 것이다.

/손 봉 호 서울대 교수·생활개혁실천협의회 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