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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셋째 아들인 홍걸(弘傑)씨가 최규선(崔圭善·42·미래도시환경 부사장)씨와 얽힌 비리를 조직적으로 은폐, 축소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최규선씨는 검찰 출두에 앞서 남긴 녹음 테이프에서 ‘청와대 비서관들이 자신과 관련한 대책회의를 가진 뒤 최성규(崔成奎·해외도피중) 전 경찰청 특수수사과장을 통해 해외로 밀항할 것을 종용했으며, 청와대가 검찰과 수사내용을 사전 조율하고 자신에게 김대중 대통령의 아들 홍걸씨에 대한 진술 자제를 당부했다’고 밝혔다. 이는 청와대가 홍걸씨 관련 비리를 조직적, 지속적으로 은폐, 축소하려 했다는 사실을 뜻하는 것으로, 진실 규명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들이다.

청와대 비서관 등 관련자들은 7일 최씨의 주장에 대해 전면 부인했으나 최씨는 비교적 구체적인 정황까지 제시하고 있다.

최씨는 지난달 14일 자신의 차 안에서 녹음한 테이프에서 “그저께(12일) 이만영(이만영) 청와대 정무 비서관과 최성규 과장, 두 명의 국정원 직원이 수차례 대책회의를 해 나의 외국밀항을 논의했다는 사실을 최 과장으로부터 전해 들었다”면서 “내가 계속 밀항을 거부하자 13일 오후 최 과장이 다시 전화를 해와 ‘다 준비가 됐다. 규선아, 떠나버리자’고 했다”고 말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홍걸씨의 비리를 은폐하기 위해 해외 밀항까지 검토했다는 것이며, 특히 국정원과 경찰까지 참여했다는 것은 범정부적 은폐·축소 노력이 이루어졌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최씨는 또 “청와대 김현섭(金賢燮) 민정비서관은 (검찰 출두를 이틀 앞둔) 오늘 아침 전화 통화에서 ‘최규선씨 소환을 오늘쯤 해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검찰 관계자가 묻던데, 제일 문제가 LA의 그 사람(김홍걸씨 지칭)에 관한 부분을 최규선씨가 어떻게 진술하느냐를 두고 검찰뿐 아니라 청와대, 그리고 모두가 떨고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최씨의 이 같은 진술은 나아가 청와대가 홍걸씨 문제 처리와 관련, 검찰과도 내밀한 협조를 계속해왔다는 사실을 뜻하는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 이만영 비서관은 “밀항대책회의라니 도무지 말이 안 된다”고 부인했다. 김현섭 비서관은 “대통령 친인척을 관리하는 비서관으로서 최씨와는 사실 확인 통화만 했다”면서 “4월 14일 최씨가 전화를 걸어와 검찰의 소환을 늦춰달라는 요지의 요청을 했으나 청와대가 간여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고 분명히 거절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이강두(李康斗) 정책위의장은 최씨 주장과 관련“청와대, 경찰, 국가정보원이 조직적으로 개입해 범죄자를 숨기려한 것”이라며 “최규선이 불면 나라가 뒤집어진다는 이유가 뭔지 대통령이 밝혀야 한다”고 말했고, 이재오 (李在五) 원내총무는 특검제의 도입을 요구했다.

/최병묵기자 bmchoi@chosun.com

/김창균기자 ck-ki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