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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도시환경 부사장 최규선(崔圭善·42·구속중)씨는 검찰 출두(지난달 16일)를 이틀 앞둔 지난달 14일, 97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후보 국제담당 보좌역으로 정계에 입문했을 당시의 상황과 홍걸(弘傑)씨와의 관계, 검찰 출두 전 청와대와 벌인 긴박한 협상 과정 등을 소형 디지털녹음기를 이용해 50분 분량으로 녹음했다. 최씨의 한 측근은 이 녹음 내용을 1개의 테이프에 담았으며 본지는 이 테이프를 입수했다. 그러나 테이프에 등장한 인물들은 대부분 최씨의 주장을 부인했다. 다음은 테이프의 주요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편집자



◈“100만원 수표 300장 건네”

최씨는 “(4월14일 김현섭 청와대 민정비서관과의 통화에서 검찰이 자신을 곧 소환한다는 말을 들은 뒤) 100만원짜리 수표 300장, 3억원을 그 양반(김홍걸씨 지칭)에게 줬다. 수표로 줬기 때문에 추적하면 나오는데 그 문제를 정리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니 소환을 좀 늦춰달라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이 돈의 성격에 대해 “김홍걸에게 돈을 준 건 보험 드는 셈치고 준 것이다. 나는 이 정권에 대해 피해 망상에 걸려 있기 때문에 김홍걸에게 돈을 준 것이다. 다른 이유는 하나도 없다”고 주장했다.



◈홍걸씨에 구원 요청했나

최씨는 녹음 말미에서 미국 LA에 있는 홍걸씨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부재 중 녹음장치로 연결되자 협박성 구원 요청 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검찰 소환이 임박해간다. 내가 홍걸씨는 다 끌어안고 다 보호해 줄 테니 아버지한테 이야기해 달라. 나를 파렴치범으로 몰거나 나의 재기를 막는 어떤 방법이 시도된다면 다 불어버린다. (홍걸씨도) 바로 끝나버린다”고 말했다.

최씨는 이어 “모든 녹음을 남겨서 안전한 사람에게 맡겨 놨다. 나는 죽을지도 모른다. (홍걸씨가 김 대통령에게) 분명히 말해 줘야 한다. 땅을 치고 후회하지 말라”고 말한 뒤 “우리가 서로 끌어안고 위로하고 위안이 되면서 왔는데, 홍일이 형이 곧 서울에 들어와서 어떤 장난을 칠지 모른다. 만약 이런 장난이 이뤄지면 모든 걸 공개하겠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대책회의와 밀항

최규선씨는 검찰 출두(4월16일)를 눈 앞에 둔 4월 12일부터 최성규 전 경찰청 특수수사과장, 이만영 청와대 정무비서관, 국정원 직원 2명이 모여 대책회의를 한 사실을 최 전 총경으로부터 들었다고 주장했다. 최 전 총경은 “출국 금지 이전에 (최규선이) 떠나버렸어야 했는데, 검찰에 출두하면 말 한마디에 우리 정권이 잘못되고 대통령이 하야해야 하는데 걱정이다. 부산에서 밀항시켜 밖으로 보내면 어떻겠느냐는 말이 나왔다”고 회의 내용을 전했다. 또 “지금 청와대도 난리다. 혼자 나가기 어려우면 내가 널 데리고 나가주마”하고 권유하기도 했다고 최씨는 말했다.

최 전 총경은 13일 오후 7시쯤 최규선씨와의 전화 통화에서는 “준비가 됐다. 떠나버리자”라는 말도 했다고 최씨는 전했다.



◈김현섭씨와 몇차례 통화

최씨는 검찰 출두를 앞두고 김현섭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지속적으로 통화를 했다고 말했으며 김 민정비서관에 대해서는 “이분 참 현명한 사람”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녹음테이프에 따르면 최씨는 지난달 14일 김 비서관과 통화를 했다. 당시 김 비서관은 “소환을 오늘쯤 해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검찰 관계자가 물어왔다”고 최씨에게 말했다고 한다. 또 “지금 별로 나오는 것이 없어 검찰도 곤혹스럽다고 한다. LA의 그 사람(김홍걸씨) 부분을 어떻게 진술하느냐에 따라 지금 검찰도 떨린다. 청와대 안도 모두가 떨고 있다. 박사님(최규선)이 세운 국민의 정부 아니냐. 박사님이 나라를 살려야 한다”며 자신을 달랬다고 주장했다.



◈유종근씨 천거 배경은

최씨는 98년 1월 3일 DJ와 만난 자리에서 자신이 유종근 전북지사를 대통령 경제고문으로 천거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대통령이 ‘(외자유치에 관한) 일은 자네가 다 하는데 공은 유 박사(유종근)가 다 세우려고 하면서 재무장관을 시켜 달라고 해서 내가 막 뭐라고 했네. 그 자리는 자민련 몫으로 얘기가 끝났으니 우기지 말라고 하고 끝냈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그러나 “내가 (대통령 말을 듣고) ‘유종근을 써야 한다. 미국통인 유종근을 옆에 둬야 대통령님이 시장경제의 추종자라는 것이 알려지게 된다’며 대통령 경제고문으로 임명하라고 천거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