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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열린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와 국방위원회에서는 하루 전 북한의 서해도발 유감표명과 정부 대응을 놓고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들의 의견이 크게 엇갈렸다.

◆국방위

한나라당측은 서해도발 사태에 대한 북한의 유감표명을 사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북측의 재발방지 약속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고, 민주당측은 “약간 미흡하다”면서도 북의 태도변화를 긍정 평가했다.

한나라당 하순봉(河舜鳳) 의원은 “정부가 미흡한 유감표명에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하루빨리 김정일 정권과 밀월관계를 이루고 햇볕정책의 치적을 선전하겠다는 발상”이라며 “북한의 유감표명은 사과가 아니라 서해도발의 책임을 우리에게 떠넘기고 북방한계선(NLL)을 무력화하려는 기도”라고 말했다.

같은 당 강창성(姜昌成) 의원은 이준(이준) 국방부장관을 상대로 “장관은 서해도발에 대해 북한의 분명한 사과, 재발방지, 책임자 처벌에 대한 약속을 받겠다고 했는데 이뤄진 것이 뭐냐”고 따지고, “북한의 유감표명 내용을 보면 남한과 짝짜꿍 한 것 같은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박세환(朴世煥) 의원은 “남북장관급 회담이 열릴 경우 북한의 분명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야 하며 NLL에 대한 어떤 협상도 있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장관 출신인 민주당 천용택(千容宅) 의원도 “북의 유감표명은 책임소재와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의지표명이 미흡하다”고 지적하고 “다만 유감표명이 과거에 비해서는 비교적 빨랐으며 새로운 변화가 예측된다”고 말했다.

천 의원은 그러나 “군은 북의 사과와 관계없이 연평해전 같은 것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하에 전쟁준비를 갖춰야 한다”고 충고하고 “남북간에 물자를 주기 위한 회담보다 긴장완화와 충돌예방을 위한 국방장관 회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낙연(李洛淵) 의원은 한나라당 의원들의 주장에 대해 “남북간의 ‘짝짜꿍’이란 말은 부적절하다”, “증거도 없이 김정일의 서해도발 개입주장을 하는 것은 정치지도자가 취할 태도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준 장관은 “앞으로는 싸우면 이기는 군이 되겠다”고 말했다. /홍석준기자 udo@chosun.com

◆통일외교통상위

통일부의 ‘졸속 환영반응’에 비판부터 쏟아졌다. 한나라당 김용갑(金容甲) 의원은 “김형기(金炯基) 통일부 차관이 북한의 유감 표명이 나온지 한 시간만에 ‘명백한 사과와 유감의 뜻으로 받아들인다’고 평가한 배경이 뭐냐”고 물었다.

정세현(丁世鉉) 통일부 장관은 “다소 강한 표현을 쓰다 보니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면서도 “과거에 비해 사과 주체도 뚜렷하고, 비교적 짧은 기간에 유감 표명이 나왔고, 보도 매체의 성격도 다르고…”라며 김 차관 발언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조웅규(曺雄奎) 의원은 “남북 문제에 가장 정통해야 할 통일부가 매우 초보적이고 감상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비판했고, 민주당 유재건(柳在乾) 의원도 “북한의 진의에 대해 모든 사람들이 의구심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통일부가 비전문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사실”이라며 동조했다.

김용갑 의원은 재차 “북한이 우발적인 사건, 재발방지를 위한 상호노력 등 애매한 통지문 하나 보내 왔는데 정부는 감지덕지하는 모습으로 ‘대단히 감사합니다’, ‘저희가 금강산으로 달려가겠습니다’나 다름이 없는 비굴하고 경솔한 반응을 보였다”면서 “5개월 남은 정권을 마무리하는데 도움을 줘서 고맙다는 뜻이냐”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정대철(鄭大哲) 의원은 “여러가지 문제점이 있지만 햇볕정책의 기조는 분명히 지켜야 한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대북정책은 무너진다”고 말했다. 같은 당 추미애(秋美愛) 의원은 “서해도발이 군사적인 측면에선 분명히 계획된 도발이지만, 좀더 큰 틀의 정치적 의미에선 우발적인 측면도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질문 등을 던지며 정 장관이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김창균기자 ck-ki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