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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텔레비전 뉴스에서 런던 특파원이 전했던 내용이 생각난다. 한국전쟁 당시 전 세계에서 참전한 노병들을 영국이 초청하여 기념행사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 행사에는 우리나라의 한국전쟁 참전용사들도 일부 초청한다고 했다. 그 당시 뉴스를 접하면서 우리는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영국은 한국전쟁 당시 전투부대를 파견하여 경기도 문산 일대에서 북한군과 혈투를 벌이며 많은 희생을 치른 역사를 갖고 있다. 그래서 해마다 전승기념일(Remembrance Day)이면 제1·2차 세계대전 참전 용사들과 함께 한국전쟁 참전 용사들이 여왕의 열병식 후 자랑스러운 시가행진을 한다. 연도에 선 국민들은 이런 노병들에게 갈채와 환호를 보낸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는 왕자가 직접 전투헬기를 몰고 포클랜드 전쟁의 최일선에 나가 싸울 수 있게 했다.

1999년에 프랑스 정부는 영국의 노병 한 명을 초청하여 프랑스에서 가장 영예로운 국가훈장을 수여한 바 있다. 그 노병은 제1차 세계대전 때 참전한 베테랑으로, 혁혁한 무공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훈장을 수여한 이유는 간단했다. 그 사람이 1차대전 중 단지 프랑스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이제 1차 대전 참전용사 중 생존하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에 죽기 전에 훈장을 수여한다는 것이다. 가슴 뭉클하게 하는 조그만 사건이었다.

눈을 안으로 돌려 우리의 경우를 보자. 한국전쟁 당시 수많은 이 땅의 젊은이들이 희생당했다. 그들 중에는 제주도나 거제도, 부산 등지에서 단 1주일간 제식훈련과 총 쏘는 방법만 배워 낙동강전선에 투입된 사람도 많다. 하지만 과거 박정희 정권 때부터 국군의 날마다 건장하고 잘 훈련된 현역군인과 최신무기를 앞세운 시가행진은 보았어도 생사를 넘나들며 나라를 구한 노병들의 자랑스러운 행진은 보지 못했다.

이제 현충일이나 국군의 날이 오면, 우리의 노병들이 그 당시의 군복을 입고 군번줄을 목에 건 채 자랑스러운 시가행진을 하게 해 주자. 그러면 그들은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며 눈물겨워할 것이다. 그들은 군인이었기에 명예를 소중히 여길 것이 틀림없다. 생존하는 참전용사들의 여생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우리는 그동안 이들에게 너무 무심했다.

/李 奉 洙 47·회사원·서울 송파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