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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학용품, 옷가지, 만화책, 연탄, 돼지고기….

할머니와 함께 사는 7세 소녀 김지수(서울 중계본동 104)양의 이야기가 본지에 보도된 새해 첫날 서울 중계동 지수네 집과 중계마을 복지회관, 평화의 집에는 휴일인데도 온정의 손길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2일에는 이들을 돕고 싶다는 전화가 폭주해 이곳 복지시설 직원들은 정상적으로 업무를 처리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2일까지 30여명이 중계본동을 찾았고, 200여통의 전화 기부가 접수됐다.

지수네와 중계본동을 돕겠다고 나선 이들은 막노동을 하는 30대 가장에서 주부, 초등학교 아이들에 이르기까지 ‘우리 이웃’, 보통사람들이었다. 고광수(37·막노동·서울 삼성동)씨는 “지수 기사를 읽으며 할머니에게 자라다 고아원에서 큰 나의 어린 시절이 생각나 한참 울었다”며 “어디 놀러 가고 싶으면 꼭 아저씨와 함께 가자. 앞으로 매달 오겠다”고 지수와 약속했다. 지수 할머니 윤공순씨는 “우리 아들이 살아 있으면 비슷한 나이였을 것”이라며 고씨 손을 놓지 못했다.

4가족 10여명의 부모·자녀가 함께 찾아와 아이들이 입을 옷가지와 만화책, 학용품, 과자를 전달했다. 초등학생인 아들 최우석(12)군과 함께 찾아온 김영명(여·47·서울 광진구 자양동)씨는 지수네 집을 한 바퀴 둘러본 뒤 연탄가게에 연탄 300장(10만2000원)을 주문하고 지수네에 연탄이 떨어지면 언제든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김씨는 “그동안 너무 내 자식만 생각하며 살아왔던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명일동의 천성하(초등6)·성현(초등3) 자매는 부모님과 함께 찾아와 자신들이 입던 코트 3장과 바지, 스웨터 등을 가져와 복지회관에 전달했다. 권오현(중계중1)군은 동생 찬희(여·7)와 함께 찾아와 “우리 이웃에 이런 동네가 있는 줄 신문에서 읽고 그동안의 내 모습을 다시 돌아보게 됐다”며 “앞으로 학교에서 자원봉사가 있으면 꼭 참가하겠다”고 말했다. 권군 남매는 20만원을 복지회관에 전달했다.

출판사 광고부장으로 근무하는 최치환(51·서울 서초동)씨는 1일과 2일 연이틀 케이크와 담요, 장난감, 열쇠고리, 형광 돼지저금통, 핫초코를 들고 지수네 집을 찾았다. 그는 “친구들과 함께 지수 후원회를 결성하겠다”고 밝혔다. 주부 이주영(42·서울 목동)씨는 “‘내일이면 늦습니다’라는 기사 말미의 한 구절에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라며 “앞으로 매월 일정액을 복지회관 앞으로 기부하겠다”고 말했다.

전화로 도움을 주겠다고 밝힌 이들도 많았다. 정육점을 운영하는 익명의 독지가는 평화의 집에 돼지 불고기 100근을 기부하겠다고 전화를 걸어 약속했다. 부산에 사는 ‘수정이 어머니’는 남자아이들용 신발 20켤레 한 박스와 아이들이 모은 돈을 택배로 보내겠다고 말했다.

황새봄(고3·경기도 분당)양은 복지회관으로 전화를 걸어 “친구들과 함께 학용품과 과자를 들고 중계본동 104번지를 찾아가겠다”고 약속했으며 독자 송지우(서울 압구정동)군 등이 전화를 통해 10만원을 기탁했다. 해외에서도 인터넷을 통해 기사를 읽고 도움을 주겠다는 의사를 밝힌 독자(미국 텍사스 오스틴의 안재이양 가족 등)들이 있었다. /이항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