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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수암초등학교 4학년 종민(11)이와 1학년 종빈(7)이는 할아버지 김금룡(76)씨, 할머니 김금숙(65)씨와 중계본동 산동네에서 산다. 할머니는 “애들 아빠는 7년 전 엄마와 이혼한 뒤 중국교포 여성과 가출했다”면서 “그후 아빠나 생모, 조선족 여성 모두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했다.

노 부부는 앞으로 종민·종빈 형제를 어떻게 키울지가 걱정이다. 두 사람 식사는 이 지역 자선단체 ‘평화의 집’에서 해결하고, 생활비는 매월 정부 보조금 60여만원으로 해결하면 된다지만, 둘째 손자 종빈이의 신장병 치료가 걱정이다. 벌써 4년째 서울대병원에서 매월 신장병 치료를 받고 있지만 약물치료와 조직검사비가 만만치 않다. 의료진은 “종빈이가 좀 더 크면 신장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하지만 구체적으로 무슨 돈으로 수술비를 대야 할 지 눈앞이 캄캄하다.

산동네 꼭대기에서 혼자 사는 박진심(77) 할머니는 지금은 평화의 집까지 내려와 매일 점심을 해결하지만 “곧 실명할 것”이라는 의사 진단을 받고 고민하고 있다. 2년 전 눈 수술을 한 뒤 재검사 시기를 놓쳐 시력이 점점 악화되고 있다는 것.

중계본동 ‘104번지’ 산동네에는 노인과 장애인들이 유난히 많다. 65세 이상 인구가 전국적으로는 7.9%이지만, 이 동네는 13.1%나 된다. 인구 5155명 중 기초생활수급자는 165명, 장애인은 175명으로 다른 지역보다 월등히 높다. 집값이나 전·월세 값이 워낙 싸 어려운 사람들이 몰린 탓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산동네 입구 ‘평화의 집’을 찾는다. 그래서 평화의 집은 이 지역 독거노인들의 천국이다. 기초생활수급자가 54명, 장애인 6명, 극빈가구 15명 등 약 75명이 월~금요일 이곳에서 점심을 해결한다.

현재 평화의 집엔 시각장애인인 최금옥(73) 할머니 혼자 산다. 하지만 94~99년 사이엔 청각장애인 이창두(81) 할아버지도 살았다. 그 사이 평화의 집에서 점심을 해결하던 김연녀(76) 할머니를 만나 4년 전부터 김 할머니 집에서 함께 살고 있다. 정부에서 매월 40여만원의 지원금을 받지만, 할아버지가 취로사업과 고물 수집으로 돈을 더 벌어야 한다.

거동이 불편한 15명은 자원 봉사자들이 직접 도시락을 배달한다. 산꼭대기에 사는 김춘영(72)·김춘동(62)씨 자매도 그들 중 하나다. 춘영씨는 1급 시각장애인, 춘동씨는 오른쪽 다리가 불편한 5급 지체장애인이다. 언니 춘영씨는 산동네 낡은 집의 주인이라는 이유로 정부 지원이 전혀 없고, 동생 춘동씨는 장애인이라 매월 24만원씩 정부 지원을 받지만 생활비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평화의 집 복지사 문미라(23)씨는 “이 동네 노인들은 복합적인 문제를 안고 산다”며 “대부분 고혈압·관절염 등 노인병이 있지만 경제적, 신체적 어려움 때문에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산동네 중턱 수녀들이 운영하는 중계마을 복지회관. 복지회관 어린이집에는 취학 전 아동(2~6세) 51명, 공부방에는 초등학교 1~3학년 20여명이 다닌다. 이들을 지도하는 이루치아 수녀는 “할머니·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조손(祖孫)가정 아이나 부모가 있어도 생활능력이 없는 아이들이 많다”며 “아이들의 장래와 사생활 문제 때문에 상세히 공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