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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계본동 산동네의 최고령 김동근(102) 할아버지와 부인 이기순(77) 할머니는 이 산동네에서 유명한 ‘폐품 수집가’다.

100세가 넘었지만 김 할아버지는 매일 일한다. 동틀 무렵 중계본동 우체국과 동사무소, 그 건너편 성당, 속칭 ‘104번지’ 입구 주변에 있는 수퍼와 구멍가게, 식당 앞 등을 한 바퀴 돌면서 폐지와 폐박스 등 재활용품을 줍는다. 노부부가 ‘104번지’ 산꼭대기 집에서 내려와 20여 개 상점 앞을 도는 거리는 약 4km. 52년 동반자인 이 할머니는 재활용품을 차곡차곡 쌓는 것을 돕는다.

“폐품 팔아서 하루에 얼마쯤 벌어요?”라고 묻자 이 할머니는 “이만큼 모으면 1500원”이라고 했다. 그가 가리킨 높이는 1ｍ 가량. 어떤 날은 1500원, 어떤 날은 2000원 매월 5만~6만원을 폐품 수집으로 번다고 했다. 두 사람은 이 할머니가 취로사업을 해서 버는 27만원과 폐품을 팔아 번 돈을 합한 30여만원으로 살아간다.

12월 29일 오후 4시, 산동네 입구 민초의원. 간호사들이 할아버지 뒤통수에서 된장을 떼어냈다. 할아버지가 2시간 전 집안에서 발을 헛디뎌 뒤로 넘어지는 바람에 2cm쯤 찢어지자 할머니가 상처 부위에 된장을 바르고 붕대를 감은 것이다. 할아버지가 상처 부위를 꿰매고 나오자 할머니는 “된장만 바르면 다 낫는데 괜히 호들갑을 떤다”고 투정했다.

평화의 집과 주변 이웃들에 따르면 김 할아버지와 이 할머니는 모두 재혼했다. 할아버지의 전 부인은 딸 하나를 두고 도망갔고, 할머니의 첫 남편은 6·25 때 인민군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50세, 할머니는 25세 때 만나 결합했다. 이 산동네로 이사온 것은 약 20년 전. 할머니가 취로 사업을 하고, 할아버지는 재활용품을 모아서 생활했다.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