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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울타리에는 15명의 자원봉사자 대학생들이 요일별로 나와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아이들에게 공부도 가르치지만, 함께 시간을 보내며 언니·오빠 역할을 하는 것이 주요 일과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는 유지승(여·24)씨는 취직을 한 요즘도 매주 월요일이면 공부방에 나와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다. 유씨는 “아이들의 웃음이 그립고, 나를 믿어주는 아이들의 얼굴이 떠올라 계속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김보미(서울대 사회복지학3)씨는 “내가 사랑을 주면 주는 것만큼 자라는 아이들이 대견하다. 숙제를 안 하던 녀석이 칭찬 한마디에 열심히 하고 조금씩 긍정적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원에 가서도 아이들을 계속 만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희연(21·호서대 사회복지학2)씨는 “6시에 끝나면 집에 돌아가도 혼자 있어야 되는 아이들이 많은 것이 가장 마음 아프다”며 “마음 같아선 시간을 늘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이들도 심리적으로 자원봉사 선생님들에게 가장 많이 의존한다. 선생님들이 방학을 맞은 요즘 아이들은 하나같이 “자원봉사 선생님들이 갑자기 공부방에 나오지 않을 때 가장 슬프다”고 했다. 자원봉사 선생님이 새로 오면 처음에는 경계를 하다가도 나중에는 관심을 끌기 위해 ‘누구는 내 선생님’ ‘누구는 친구 선생님’ 하면서 선생님을 독점하려 한다. 뜨내기처럼 한두 번 왔다가 마는 봉사자들에겐 마음을 잘 열지 않는다.

김애란 성민복지관 과장은 “한두 번 오다가 마는 자원봉사자에게 아이들은 마음의 상처를 입는다”며 “아이들과 부대끼며 관심을 보이고 마음을 열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식(가명)이를 불러내 손바닥을 때렸습니다. 집에 돌아오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잠이 들면 꿈에 중식이가 나올 것 같아요. ”

“아이들은 목소리를 무섭게 해서 혼내는 것보다 차근차근 이야기를 들어주고 좋게 이야기할 때 더 잘 따르더라고요. ”

자원봉사자들의 인터넷 카페에는 이들이 아이들과 만나면서 느낀 사연들이 올라와 있었다. 그만둔 봉사자들도 가끔씩 들러 글을 읽고 “아이들이 보고 싶다”는 글을 남기곤 한다.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한 자원봉사자는 “여러 기관에서 간식을 후원하기도 하는데, 유통기한이 지나기 직전의 제품이 많아 문제가 있다”며 “이게 우리 일반 대중이 생각하는 사회복지에 대한 인식의 현주소가 아닐까”라는 글을 올려 놓았다.

특별취재팀

진성호 사회부 차장대우 shjin@chosun.com

이항수 사회부기자 hangsu@chsoun.com

선우정 경제부기자 jsunwoo@chosun.com

신동흔 산업부기자 dhshin@chosun.com

방준오 사회부기자 obang@chosun.com

정지섭 사회부기자 xanadu@chosun.com

안상미 사회부기자 ima7708@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