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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위춘(102·목포시 죽교동 104-1) 할머니는 흙집에서 혼자 산다. 미혼이던 첫째 딸은 6·25 때, 남편은 20여년 전 사망했다. 할머니를 돌보던 둘째 딸이 6년 전에 사망하고, 유일한 혈육인 외손녀는 연락이 닿지 않는다.

시집와서 80년을 보냈다는 문씨의 집은 지어진 지 100년이 넘은 흙집. 지붕만 그 후 여러 번 새로 올렸다고 한다. 워낙 낡은 집이라 부엌에는 집 지을 때 쓴 썩은 지푸라기가 크고 작은 구멍에 어지럽게 매달려 있다. 큰 구멍은 지름이 약 40cm나 됐다.

할머니가 기대 앉은 아랫목 벽엔 켜켜이 덧칠한 빛 바랜 벽지가 누런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벽지를 만지자 흙가루가 으슥으슥 떨어진다. 기둥은 밑동이 슬어 없어져 벽면 전체가 흔들흔들했다.

문씨는 이가 하나도 없다. 틀니가 있었는데 4년 전 잃어버려 단단한 음식은 먹을 수 없다. 그래서 좋아하는 음식은 밥과 국, 마른 김과 바나나라고 했다.

“죽자니 청춘이요 살자니 고생이라, 이팔청춘 젊은 것이 요로코롬(이렇게) 오래 살 줄 몰랐소. 오래 살아 미안해요. ”

지난 5일 아침, 문씨를 위해 밥을 준비해온 옆집 이윤심(68) 할머니에게 하는 말이 마치 노랫말 같다. 이씨는 6년 전 숨진 문씨의 둘째 딸과 60년 친구다. 먼저 간 친구를 대신해 지난 6년간 문씨의 대·소변을 치워주고, 매일 아침밥을 짓고, 목욕을 시키는 등 뒷바라지를 해왔다. 이씨는 “이 어른이 중매를 서고 예단을 해줘 시집을 갔다”면서 “시집을 보내준 고마움과 둘째 딸과의 우정 때문에 지금도 할머니를 돕는다”고 했다.

이씨도 4년 전 남편을 여읜 뒤 고교 2학년인 쌍둥이 손자 둘과 살지만, 정부 지원금은 교통비 2만5920원이 전부. 딸들이 보내는 30만원의 용돈도 손자들의 급식비로 15만원을 쓰고 나면 생활비가 빠듯하다.

이씨는 “할머니 집 마당이 푹 꺼져 있어 아침 상을 들고 오다 몇 번이나 넘어졌다”면서 “마당 좀 평평하게 고쳐주고, 이 없는 노인이 드실 김과 부드러운 음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씨는 “나도 노안(老眼) 때문에 요즘엔 할머니 손·발톱을 깎아 드리지 못한다”면서 “목욕시킬 때 할퀴지 않도록 손톱과 발톱 좀 누가 깎아줬으면”이라고 했다.

문·이 할머니가 사는 죽교동 달동네는 유달산의 북쪽에 있다. 목포의 달동네는 유달산 순환도로를 빙빙 돌며 죽교동, 충무동, 유달동에 고리 모양으로 퍼져 있다. 유달산 주변 동네 골목길에서는 40~60대의 건장한 남자들이 동전치기나 장기를 두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유달동사무소 김정식(45)씨는 “어선 수도 줄고, 따라서 일자리도 줄어 어른들이 시간을 때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목포시청과 목포수협에 따르면 목포시 어업 인구는 지난 86년에는 1만6554명에 이르렀지만, 90년 9239명, 2002년 2421명으로 16년 사이 7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목포 수협의 어획고는 96년 1300억원에서 2002년 495억원으로, 목포를 대표하는 안강망 어선은 213척(96년)에서 63척(2003년)으로 6~7년 사이에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한·일, 한·중 어업 협정에 따라 어장이 줄면서 어획고와 어선, 일자리 등이 동반 감소한 것이다.

목포대 사회복지학과 박민서 교수는 “지난 몇 년 사이에 목포의 수산업이 침체하는 등 목포시 전체 경기가 침체돼 빈곤 가정도 급증했다”면서 “그러나 정부 예산도 제한돼 있고, 서울에 비하면 복지단체로의 후원금도 적어 어려운 이웃들은 더욱 힘든 날들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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