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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을 주는 ‘우리 이웃’의 가슴은 뜨거웠고, 도움을 받는 ‘우리 이웃’은 그래서 따뜻했다. 새해 첫날부터 특별기획 ‘우리 이웃’ 시리즈가 본지에 보도된 후 해당 지역 복지관과 본사에는 온정의 손길이 긴 줄을 이었다. 24일 낮 12시 현재 ▲후원 전화 1523통 ▲후원금 1억3244만원 ▲자원봉사 신청 160명이 ‘사랑의 줄’에 함께 섰다. 서울 신림10동 성민사회복지관 소식지는 이를 “우리 이웃이 만든 사랑의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서울 중계본동 104번지=할머니와 한 평 남짓한 단칸방에 사는 김지수(7)양의 은행통장에는 800여만원의 성금이 모아졌다. 중계마을 복지회관측은 “지수가 앞으로 훌륭한 사회인이 되도록 후원금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했다. 평일(월~금요일)에만 평화의집에서 무료로 점심식사를 했던 달동네 노인들은 앞으로 토요일에도 점심을 해결할 수 있게 됐다. 롯데백화점 노원점의 자원봉사자들은 31일부터 매주 토요일 점심급식 봉사를 약속했다. 치매노인을 돕는 정신지체 장애인 민종배(39)씨는 보도 이후 몇몇 방송에서 출연 섭외를 받기도 했다. 월계동의 인덕대학 학생들은 27일 독거노인 가정과 조손가정 등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주민들의 집을 방문해 전기공사를 해주기로 했다. 대구의 육군 황금독수리 부대원들도 81만여원을 모아 평화의집에 전달했다.

◆서울 양재동 비닐하우스촌=일자리가 없어 고민해 온 노총각 ‘줄눈공’ 이상일(46)씨는 ‘우리 이웃’ 보도 이후 여러 곳에서 취직 제의를 받고 고민 중이다. 그러나 가능한 전공인 줄눈공 일을 원하고 있다. 그의 모친 여옥련(76)씨가 이가 없어 음식을 잘 씹지 못한다는 기사를 읽고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 사는 김미자씨가 치과 치료비용을 후원하겠다고 밝히자, 여씨는 지난 14일 “나한테 틀니를 해준다고요? 누구셔, 그 고마운 분 성함이라도 가르쳐줘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양재동 비닐하우스촌에는 물품과 함께 “아이들 공부를 가르쳐 주겠다” “낡은 집을 고쳐주겠다”는 전화도 끊이질 않는다.

◆서울 신림10동 밤골 마을=돈이 없어 고교 진학을 포기할 뻔했던 박대진(가명·서울 신림10동)군은 오는 3월 무사히 고등학교 입학식에 참석한다. 복지관측은 “대진이 앞으로만 400만원 가량의 돈이 모였고, 학비 외에 급식비와 교복 마련비, 학원비, 용돈 등으로 잘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문송천(52) 교수는 지난 15일 “나도 대진이처럼 등록금이 없어 학업을 중단할 뻔한 적이 있다”며 신림10동 아이들의 장학금으로 400만원을 성민복지관에 기탁했다. 이 복지관 사회복지사들은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전화가 걸려왔지만 더 많은 어려운 이웃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는 즐거움에 힘이 절로 났다”고 했다.

푸른울타리 아이들에게도 지난 몇 주간은 어느 때보다 풍성했다. 지난 20일에는 서울 잠실의 한 우동집 사장이 찾아와 아이들에게 맛있는 우동 40인분을 손수 만들어 끓여 주었다.

◆전남 목포 유달산 달동네=전국 각지에서 목포 성모재가 노인복지원과 목포 노인의 전화, ‘사랑으로 희망을 만드는 사람들’로 도움의 뜻을 보내왔다. 한국제분은 지난 15일 어려운 노인들에게 나눠 달라고 밀가루 20kg짜리 40포대, 한라제지는 쌀 20kg짜리 50포대를 노인복지원에 전달했다. 이 복지원의 이 루치아 수녀는 “세상이 아무리 각박해지고 인정이 메말랐다고 하지만 후원의 물결을 보니 우리나라는 희망이 아직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든다”면서 “이 분들을 보면서 우리도 사명감을 다시 새기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강원 태백시 철암동=무너진 탄광촌 철암 사람들에 대한 사연이 보도된 후 이틀 동안 철암동 사무소에는 202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이웃들이 보내준 정성은 절반이 난치병에 걸린 김민국(8)군에게, 나머지 절반이 철암동 주민들에게 쏟아졌다. 민국이에게 답지한 정성은 민국이 치료를 도울 수 있는 금전적 지원이 대부분이었지만, 움직이기 힘든 민국이가 보다 넓은 세상을 볼 수 있도록 하는 컴퓨터를 사주겠다거나, 서울 나들이를 시켜주겠다는 이도 있었다. 민국이 엄마 윤오목씨는 “좋지 않은 일로 신문에 나와 친척들에게 미안하지만 민국이 치료에는 정말 큰 도움을 주게 됐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