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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저녁 서울 압구정동의 한 식당에 웃음꽃이 피었다.

12세 몽골소녀 바타바야르 범데리양이 “하르테, 바이르 따”(사랑해요,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하자, 이에 질세라 1살 아래 쟈나노치르 다시얌군이 서툰 한국말로 “카, 캄사합니다”를 연발했다. 아직 말을 못하는 3살 꼬마 말라브 아마바타르군은 대신 큰 눈을 깜박이며 사람들에게 눈인사를 건넸다.

이날 모임은 몽골에서 온 난치병 어린이 3명과 이들을 치료해준 ‘열린 의사회’ 봉사자들, 숙식을 제공해준 주한 외국계 기업인 등 40여명과 함께 오는 23일 출국을 앞두고 ‘석별의 정’을 나누는 자리였다.

이들이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지난해 7월.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도 기차를 타고 11시간을 가야 하는 오지 ‘도룬고비’에 의료봉사 캠프를 차렸던 한국 의사들은 진료 도중 현지에서는 도저히 손을 쓸 수 없는 이들을 접하게 됐다.

“아마바타르군은 뇌에 물이 차는 병인 ‘뇌수종’에 걸렸는데, 지능에 영향을 줄 정도로 심각했어요. 범데리양은 ‘선천성 거대결장’으로 변도 볼 수 없는 상태였고, 다시얌군은 망아지에게 발길질을 당해 머리가 함몰돼 있었죠. 현지에선 치료가 불가능했어요. ”

열린의사회 민원식(47) 회장은 “한국에선 아이들을 치료할 수 있었기 때문에 데려가기로 다짐했다”고 전했다. 자원봉사자들이 나서 6개월 동안 백방으로 뛰어다닌 후에야 어린이들과 가족들은 이달 초 입국할 수 있었다. 또 다른 문제는 경비문제. 수술은 서울대병원 등 회원들 병원에서 무료로 맡기로 했지만, 어린이들을 따라온 부모의 숙식이 문제였다. 열린의사회에서는 평소 봉사활동을 많이 하는 주한 외국계 기업 CEO들의 모임인 ‘한국 스컬클럽’에 도움을 청했고, 스컬클럽측은 기꺼이 지원을 약속했다.

지난 6일과 9일 시술된 수술은 대성공이었다. 범데리양은 더 이상 화장실에서 힘들어하지 않아도 됐고, 머리를 다친 지 6년 만에 치료를 받은 다시얌군은 그동안 못 다닌 학교에서 친구들과 뛰어놀 수 있게 됐다. 고개를 거의 가누지 못했던 아마바타르군도 사람들과 눈을 맞추고 웃으며 고개를 까딱거리며 장난을 친다.

“전 커서 훌륭한 의사가 될 거예요. 저를 치료해주신 의사 선생님처럼요. ”

입안의 고기를 오물거리고 있던 범데리양의 또렷하고 당찬 한마디에 박수와 환호성이 이어졌다.

정지섭기자 xanadu@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