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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 리더십 콘퍼런스’가 개막된 3일 서울 코엑스 그랜드볼룸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글로벌 리더(세계적 지도자)들의 지성(知性)의 축제였다. 리더들은 아시아적 가치와 글로벌 트렌드, 경쟁과 협력 등을 주제로 치열하게 토론했다. 오랜 리더들의 경륜은 새로운 리더들의 신(新)사고와 경쟁했고, 패널(지정 토론자)들은 해법을 찾기 위해 서로 간에 집요했다. 연단 아래 좌석의 참가자들은 불꽃 튀는 지성의 논전(論戰)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에 잠기기도 했고, 바쁘게 메모하는 모습도 보였다.

○…오전 8시30분쯤부터 코엑스 2층 VIP룸은 각국 정상급 인사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글로벌 리더들은 찻잔을 든 채 짝을 바꿔가며 개인 근황에서 지구촌 문제까지 자유롭게 환담했다.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은 짐 볼저 전 뉴질랜드 총리와 20여분간 미국의 대(對)테러정책에 관해 얘기했고, 나카소네 전 일본 총리는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 마하티르 모하마드 전 말레이시아 총리와 지진해일(쓰나미) 피해 복구 등을 주제로 삼았다.

홍순영 전 외교부장관이 마하티르에게 “(당신의) 직접적이고 단순한 화법을 좋아한다”고 말하자 마하티르는 “아시아의 리더들이 모여서 얘기하니 좋다”고 말했다.

본사의 방상훈 사장, 김대중 고문, 변용식 편집인은 행사장 입구에서 국내외 리더들을 맞이했다.

○…회의장에는 4당 대표 등 여야 지도부가 총출동했다. 열린우리당에서는 임채정 의장, 정세균 원내대표, 원혜영 정책위의장, 유재건 국방위원장, 배기선 남북관계특위 위원장, 김부겸 원내 수석부대표, 민병두 기획위원장, 김혁규·정의용·김영춘 의원 등이 참석했다. 열린우리당 국제위원장인 정 의원은 키신저와 별도로 만나 한국의 정치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한나라당에서는 박근혜 대표, 박희태 국회 부의장, 손학규 경기지사, 강재섭 의원, 원희룡 최고위원, 박세일 정책위의장, 김문수 의원, 박진 국제위원장, 전여옥 대변인 등이 왔다. 만찬장에서 박 대표가 옆자리의 메가와티 전 대통령에게 “어려운 여건 속에서 어떻게 대통령이 됐느냐”고 묻자 메가와티는 “여성들과 젊은 층의 지지를 받은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민주당 한화갑 대표와 김종인 의원, 자민련 김학원 대표도 참석했다. 한화갑 대표가 키신저에게 “오랫동안 김대중 전 대통령을 모셔 왔다”고 말하자 키신저는 “김 전 대통령은 친한 친구”라며 김 전 대통령과의 만남을 부탁했다.

정부에서는 김진표 교육부총리, 권진호 청와대 국가안보 보좌관, 윤증현 금감위원장, 정우성 외교보좌관 등이 참석했다. 권 보좌관은 94년 1차 북핵위기 당시 미국 클린턴 행정부의 국방부 차관보를 역임했던 애슈턴 카터 하버드대 케네디행정대학원 교수와 20분간 별도의 대화를 나눠 눈길을 끌었다.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만찬 연설에서 “아시아 기업인들은 새로운 질서를 만들기 위해 과거의 제도와 질서를 파괴하는 카오스 메이커(chaos maker)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오찬에서 “지진해일 참사 후 아시아 국가들이 협력해서 새로운 관계를 맺어 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오찬 연사인 나카소네 전 일본 총리를 “과거 일본 총리로선 처음으로 한국을 찾는 등 한·일관계를 발전시킨 분”이라고 소개했다. 신세계그룹은 4일 정기 주주총회를 하루 앞두고 바쁜 날임에도 구학서 사장과 이마트 이경상 대표 등 계열사 간부 10명이 참석했다. 구 사장은 “국가를 경영해본 세계적 리더들로부터 인류의 문제 등 거시적 이야기를 들으니 안목이 넓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최근 금강산에 골프장도 짓고 스키장도 개설해 관광객이 늘어났다”며 대북사업을 주제로 참석자들과 얘기를 나눴다. 김재철 무역협회 회장은 ‘Mr.엔’으로 불리는 일본 대장성 출신의 사카키바라 일본 게이오대 교수에게 “앞으로 달러가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느냐”고 물었고, 사카키바라는 “미국 경제가 좋아지고 있으니 당분간 현 상태가 지속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강신호 전경련 회장, 유홍종 비앤지스틸 회장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도 아침 일찍 행사장에 도착했다.

나응찬 신한지주회장, 신동혁 은행연합회장, 김승유 하나은행장, 신상훈 신한은행장, 최동수 조흥은행장,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 리차드 웨커 외환은행장, 이윤우 산업은행 부총재, 김종욱 우리금융 부회장, 이강원 굿모닝신한증권사장 등 주요 금융계 인사들도 금융 현안 등에 대해 담소했다.

○…중국 통신장비 기업인 UT스타컴의 우잉 회장은 “키신저 등 미국서 만났던 인사들을 다시 만나 반갑다”며 “한국의 IT산업이 많이 발전해 교류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장즈웨이(蔣志偉) 중국 상하이자동차 수석부총재는 김대중 본사 고문과 상하이의 경제 발전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장 부총재는 “어제 내린 함박눈이 올해 한국 경제의 회복을 알리는 길조인 것 같다”고 말했다.